심리적 유형으로 나눠보면 세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생계유지형,외부지향형,내부지향형 등이다. 생계유지형 인간의 인생 목적은 금전적,사회적인 안정이다. 먹고 살기 위해 고단하게 산다. 소위 소시민이다. 외부지향형 사람들은 성취욕이 크다. 입신출세가 목적이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특징이 있다. 내부지향형들은 재능과 신념을 제대로 표현하고 발휘하는 것이 목표다. 부귀나 명예는 뜬 구름으로 여길 수도 있다. 공익을 중시하는 내부지향형들이 많아야 선진 사회는 가까워진다. 이런 이들이 많은 조직이 요즘 얘기되는 '위대한' 회사다. 영국의 경영철학자 찰스 핸디에 따르면 1989년의 경우 네덜란드 인구의 42%,영국 인구의 36%가 내부지향형이었다. 우리나라는 과연 어떨까. 구체적인 통계가 없어 확신할 수 없지만 생계유지형이 단연 강세일 것임은 불문가지다. 가구당 평균 부채가 3천만원에 육박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 영화에서나 보던 은행 강도사건이 바로 곁에서 일어나고 있다. 내부지향형들이 없으면 사회는 돈과 성공을 놓고 벌이는 투전판이 돼갈 수밖에 없다. 내부지향형들이 많아야 그들이 포기한 수입이 아래로 흘러내려가고 그들이 전하는 노하우가 사회에 퍼진다. 회사로 보면 내부지향형들이 뿌리를 내려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먹고 살기에 바쁜 사람만 있으면 각종 사고가 끊이질 않고,출세지향적인 인물들이 과잉 경쟁을 벌이면 회사는 분열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현재 '잘 나가는' 외부지향적 인물들이 공익적인 내부지향형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거꾸로 생계유지형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고위직에서 물러나면 쉬면 쉬었지 '돈 안되는' 비영리단체로 가는 사람이 적다. 연구나 수업보다는 프로젝트 수주에 관심이 많은 교수들이 얼마나 많은가.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부서 이기주의,단기 실적주의는 나부터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계유지형 사고의 소산이다. 회사는 어찌 되건 아이템 하나를 잡기만 하면 독립하겠다는 사람들도 적잖게 숨어있다. 10년후는 물론 당장 1년 뒤도 관심이 없는 단견이 주류를 이룬다. 교통정리 자원봉사를 하는 전직 장관을 보고 싶다. 중소기업에 무료 컨설팅해주겠다는 경영대 교수를 만나고 싶다. 부장으로 은퇴하더라도 "내가 회사를 이만큼 키웠다"는 자부심을 잃지 않는 직장인을 구경하고 싶다. 그래서 돈과 성공 이외에 무엇을 추구하는 것이 옳은지를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 우리 곁에 많다고 믿고 싶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