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광고야? 가전광고야?" 요즘 가전광고를 유심히 보면 이런 의문이 제기된다. 디자인과 컬러를 강조,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가전제품 광고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기존 가전제품 광고들이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는데 주력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가전제품의 사용자인 주부들이 디자인에 대한 안목이 높아져 기능 설명만으론 사로잡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삼성전자의 새 브랜드 "하우젠" 광고는 디자인을 강조한 감성광고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하우젠 김치냉장고" 편에는 미시족으로 보이는 주부 모델이 등장한다. 푸른 나뭇잎과 하늘,드넓은 바다가 차례로 나타난 후 김치냉장고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신선함에 가슴 설레입니다. 그녀의 집엔 하우젠이 있습니다"라고 이어지는 내레이션.김치냉장고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린 화면 구성이 돋보인다. 롯데기공의 가스보일러 "하이큐" 광고도 제품 겉모양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미모의 여인이 화랑을 둘러본다. 여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림이 아니라 가스보일러.여인은 가스보일러의 아름다움에 반해 눈을 떼지 못한다. 이때 "이젠 가스보일러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장면이 바뀌면 여인은 자신의 아파트 거실에 누워 있다. 그림이 있어야 할 자리에 걸려있는 것은 가스보일러다. 린나이의 "레볼루션 린나이"편은 더욱 파격적이다. 패션모델 같은 여인이 등장해 한껏 요염한 자태를 과시한다. 그 옆에 놓여 있는 것은 가스오븐렌지."여자를 위한 화려한 변신,레볼루션 린나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되고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인들의 실루엣이 화면에 겹쳐진다. "여자의 변신"은 화장품 광고에나 등장할 법한 테마로 가전제품에 이를 응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롯데 가스보일러 "하이큐" 광고를 담당한 대홍기획 이현준 부장은 "실내공간을 돋보이게 하는 고급스러운 제품이라야 잘 팔린다"며 "이런 추세에 따라 광고도 제품의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