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서 찾는 지혜] 풍경화 속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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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雲漠漠四山空
추운막막사산공
落葉無聲滿地紅
낙엽무성만지홍
立馬溪橋問歸路
입마계교문귀로
不知身在畵圖中
부지신재화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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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 아득히 구름 떠가고 온 산이 텅 비었는데/나뭇잎 소리없이 져땅 가득 불게 쌓였네/시냇가 다리목에 말 세우고 길을 뭇나니/이 몸이 그림 속에 있음을 나는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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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도전(鄭道傳)이 가을 풍경을 읊은 '방김거사야거(訪金居士野居)'이다.
제1,2구는 가을날 하늘과 땅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고, 제3,4구는 작자의 처지나 심경과 관련된 서술이다.
한 시대를 주름잡던 사상가요 정치가로서의 포부나 기상보다는 단풍으로 붉게 물든 산길을 오고 가면서 흠뻑 시정(詩情)에 젖어 계절의 화폭(畵幅)에 스스로를 함께 담은 순진하고 고운 인간면모가 엿보인다.
李炳漢 < 서울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