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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 회고-잊을수 없는 이야기] 황한규 <만도공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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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만 따로 보관하는 냉장고를 누가 50만원이나 주고 산단 말입니까" 지난 1994년 만도기계 아산사업 본부장으로 있을 때였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김치냉장고를 제안했지만 대부분의 임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저희 회사는 자동차 메이커를 상대로 차량부품 사업만을 해왔습니다.직접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한 경험이 전혀 없습니다.실패합니다" 회의때마다 반대의견들이 쏟아졌다. 백색 기안용지에 "딤채"라고 표기된 사업계획서를 들고 다니면 모두들 눈길을 피하곤 했다. 사업화 여부를 결론짓기 위한 마지막 회의가 열렸다. 여전히 반대의견이 우세했다. 당시 정몽원 사장이 "일단 만들어 보자"고 말하지 않았다면 딤채는 낙태위기를 면키 어려웠을 것이다. 이 때부터 진짜 고생이 시작됐다. 아산공장에 개발팀과 숙식을 같이하며 수백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하루 세끼 주식은 라면으로 바뀌었다. 김치맛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였다. 김치를 제대로 알기 위해 회사 구내식당 아줌마들로부터 김치담그는 법부터 배웠다. 김치전공 조리학 교수와 전국의 김치전문가를 찾아다니며 비법을 전수받았다. 김치가 맛있게 숙성되는 온도와 환경을 찾기 위해서였다. 온 몸이 김치냄새 투성이였다. 이듬해 어렵사리 제품이 나왔지만 어떻게 마케팅을 할 것인지가 또 다른 고민이었다. 대대적인 광고와 제품 발표회를 하더라도 비용만 날릴 뿐 시장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는 내부의 지적도 그치지 않았다. 뜨거운 감자 한 덩어리가 내 손안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맛이란 소문이 중요하다.일단 주부들에게 딤채의 김치 맛을 보여주자" 5백명의 주부들을 골라 4개월간 딤채를 사용해본 후 구입을 결정하도록 했다. 사용한 딤채는 50% 가격으로 주부들에게 판매한다는 조건을 부쳤다. 우여곡절 끝에 아산공장에서 5백대의 딤채를 트럭에 실어 출고할 때는 마치 애지중지하던 귀한 딸들을 시집보내는 느낌이었다. 딤채라는 자기 이름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혹시 반품으로 되돌아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하루도 편하게 잠을 이룬 적이 없다. 약속된 4개월이 지나 5백명의 주부 체험단 평가표가 한자리에 모였다. 딤채의 미래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체험 주부 1백%가 제품을 사기로 결정했다.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96년에만 2만5천대의 김치냉장고가 판매됐다. 주부사이에 "딤채계(契)"가 유행이라는 얘기까지 들렸다. 한 번의 고비가 더 있었다. 당시 딤채의 성공을 지켜보던 한 가전회사가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방식)으로 납품해줄 것을 제안했다. "안정된 수익을 보장받고 딤채라는 이름을 포기할 것인가,대리점과 유통망이 취약하지만 끝까지 밀고 갈까"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만족하기 보다는 제품의 브랜드를 유지하자는 쪽으로 사내의견이 모아졌다. 이렇게 숱한 생사의 고비를 넘기면서 딤채는 김치냉장고의 대명사가 됐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적극적인 사고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면서 지금은 믿음직한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정리=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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