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패트롤] 서울 퇴계로 '애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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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접어들면서 서울 퇴계로 "애견거리"가 활기를 띠고 있다.
강아지들도 "개 수난의 계절"이 지난 것을 아는 탓일까.
진열장 밖을 내다보는 애완견들의 모습에 활기가 넘친다.
일요일인 지난 6일 오후 5시.
퇴계로 "애견거리"엔 애완견을 식구로 들이려는 가족 쇼핑객들로 제법 북적거린다.
각양각색의 강아지들은 진열장 안에서 장난을 치느라 여념이 없고 엄마 아빠를 따라온 아이들은 강아지에게 말을 건네며 연신 탄성을 질렀다.
흔히 "애견거리"로 불리는 퇴계로 4,5가는 국내에서 가장 큰 애견시장.
대한극장에서 퇴계로 5가 "모터싸이클 거리"까지 8백m에 이르는 도로 양측에 애견가게 40여곳과 동물병원 애견액세서리가게 애견미용학원 10여개가 밀집해 있다.
애견과 관련된 것이면 없는 것이 없다고 할 정도다.
구경만으로도 한두시간은 후딱 지나간다.
애견 수요는 최근 수년새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국애견협회에 따르면 식육견을 제외한 애견의 숫자는 2년 전까지 2백만마리를 밑돌았으나 지금은 2백50만마리를 넘어섰다.
관련 매출도 매년 10∼15%의 성장을 거듭해 올해 1조원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애견에 대한 사회 인식도 좋아져 전망이 밝다고 말한다.
애견거리의 요즘 화두는 '다품종 소량판매'다.
예전에는 요크셔테리어 말티스 시추 등 일부 품종만 팔려나갔다.
그러나 요즘은 특이한 애견을 찾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
최근 애견거리에서 각광받는 애견은 북극에서 썰매를 끈다고 알려진 시베리안허스키나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아메리칸코커스파니엘 등이다.
수요가 늘면서 애견 가격은 크게 올랐다.
값이 가장 저렴한 품종인 말티스 수컷도 요즘은 35만∼55만원은 줘야 살 수 있다.
암컷 가격은 2배에 가까운 60만∼1백만원.
'고급'으로 분류되는 견종은 2백만원이 넘기 일쑤다.
한 상인은 "올해 애견 가격이 40% 정도 올랐다"며 "이제 30만원으로 살 수 있는 강아지는 없다"고 말했다.
퇴계로 애견거리는 거의 연중무휴로 오전 9시에서 저녁 10시까지 문을 열어놓는다.
손님을 끌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팔려나간 애견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개 팔려나간 강아지가 3~4일 내에 죽으면 고객이 원하는 품종으로 바꿔주고 한달 내에 사고가 나면 정상 가격의 50%만 받고 바꿔준다.
퇴계로 애견시장은 지금 고비를 맞고 있다.
무엇보다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하는 일이 급하다.
2년 전 네티즌들 사이에 '퇴계로에선 병든 개를 판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불신이 가시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문의 진위를 떠나 위생상태를 개선해 팔려간 애견이 병드는 사례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상인은 "하루에도 수십번 진열장에서 꺼내다 보니 간혹 면역력이 약해진 강아지를 파는 수도 있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애견 유통 채널이 다양해진 것도 퇴계로 애견시장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애견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전국 곳곳에 들어서기 시작했고 인터넷에도 애견가게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굳이 퇴계로까지 나오지 않고도 집 근처에서 애견을 살 수 있게 됐다.
한 애견가게 주인은 "애견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올라 그런 대로 수지는 맞추고 있지만 경쟁 상대가 많아져 옛날 같은 호황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