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학술지는 한글학회가 발행하는 '한글'이라고 한다. 1932년에 창간됐으니 올해로 꼭 70년이 됐다. '한글'은 무엇보다도 일제가 우리의 얼과 문화를 지우기 위해 한글 말살을 획책하던 시기에 창간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듯하다. 한글을 지키고 보존코자 했던 학자들의 일념은 아직도 많이 회자되고 있는데 '한글을 처음 내면서'라는 창간사에서도 그 정신의 일단이 드러난다. 이윤재 선생은 창간사에서 "우리 조선 민족에게는 좋은 말 좋은 글이 있다. 더욱이 우리글-한글은 소리가 같고,모양이 곱고,배우기 쉽고,쓰기 편한 훌륭한 글이다. 우리는 여태까지 도리어 이것을 푸대접하고 짓밟아버렸음으로 매우 좋아야 할 한글이 지금에 와서는 지저분하여 아주 볼모양없이 된 것이다"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하루바삐 죽정밭 같이 거칠은 우리 한글을 잘 다스리어,옳고 바르고 깨끗하게 만들어놓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라며 이 학술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이 글은 70년이 지난 현상황에 비추어 봐도 별반 틀린 것 같지는 않다. 세계화다 문화개방이다 해서 영어 일어 등 외국어가 한글을 벼랑끝으로 밀어내고,언어파괴라 할 정도로 인터넷상의 통신언어가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더 위기라는 생각이다. '한글'은 조선어학회가 학술기관지로 만들었지만,조선어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는 동인지 형식으로 1927년 2월에 이미 '한글'을 발행했었다. 이름으로 보면 75년의 역사를 가진 셈이다. 주시경 선생의 제자들인 신명균 권덕규 김윤경 이병기 최현배 등이 중심이 되어 만든 이 동인지는 다음해 10월까지 9권을 낸 뒤 정간됐다. 학술지인 '한글' 역시 주축은 주시경 선생의 문하생들이었으며 초기에는 거의 매월 발간됐다. 당시 숙원과제였던 '맞춤법 통일안'과 '국어사전' 편찬의 기폭제가 됐음은 물론이다. 우리 글의 지킴이를 자임하며 역사의 굴곡과 함께 해온 '한글'이 통권 257호를 내며 한글날을 맞는다는 사실이 그저 대견스러울 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