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610선까지 밀리면 또 한차례 로스컷(loss cut:손절매)매물이 쏟아질 수 있으며 이 경우 지수는 570∼580선까지 떨어진다.' 종합주가지수 630이 붕괴되자 이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는 펀드매니저들이 늘고 있다. 주가가 연일 속락하면서 가격메리트가 부각되고 있지만 기관이 선뜻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기관,왜 못 사나=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현 장세는 펀더멘털 논리가 전혀 통하지 않고 있으며 오로지 수급의 악순환만 되풀이 될 뿐"이라면서 "1천억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주식을 매수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승호 신영투신 주식운용팀장은 "지수 600대 초반까기 떨어지면 기관의 로스컷 매물이 추가로 쏟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투신사 펀드(성장형 기준)의 주식편입비율이 80% 수준으로 매우 높은 점이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펀드매니저의 낙관적인 장세관이 변화하거나 펀드환매 등이 본격화될 경우 대규모 매물압박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지수 630 붕괴와 관련,강신우 굿모닝투신 상무는 과거 박스권으로 돌아갈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수 630선은 증시가 상승세로 전환하기 앞서 지난 2000년 하반기부터 2001년 말까지 이어진 박스권의 상단부이자 본격 상승추세대의 하단부이기 때문이다. ◆연기금이 나서야=전문가들은 수급악화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연기금이 나서야 한다고 한결같이 지적한다. 신규자금 유입이 없는 투신사,리스크관리에 나서고 있는 은행 보험 등 국내 기관의 현 주소를 고려하면 연기금이 유일하게 저가매수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장인환 사장은 "내년에 6조원을 투입한다는 게 지금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내년도 투자 집행분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권욱 코스모투자자문 대표는 "외국인이 우량주식을 헐값에 팔고 있지만 좀더 멀리 내다보면 국내 기관들이 저가에 우량주를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장기자금이 있는 충분한 연기금이 적극 나서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