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암과 같은 불치병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어디까지 와있는가. 또 기초과학 위기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한국경제신문은 렉스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으로 생명과학 분야 여러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근 석학들을 초청,대전 대덕롯데호텔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이 좌담회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수석심의관 출신의 재미 과학자인 안창호 박사,암 연구분야 권위자인 수잔 호르위츠 미 알버트-아인슈타인의과대 교수,분자세포학 분야 세계석학인 레이몬드 에릭슨 미 하버드대 교수,세계 최초로 가상심장을 개발한 제레미 레빈 미국 피지옴(Physiome)사 회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충북 청주에서 열리고 있는 오송국제바이오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좌담회 내용을 간추린다. .............................................................................. [ 참석자 ] *수잔 호르위츠 *레이몬드 에릭슨 *제레미 레빈 *안창호 .............................................................................. △안창호 박사=지난달 25일부터 청주에서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바이오엑스포를 평가한다면. △에릭슨 교수=생각보다 많은 일반 관람객들이 참가하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 특히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다양한 연령층이 다른 놀이시설에 가지 않고 엑스포장을 찾은 모습이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바이오를 대중화하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도 돋보였다. 바이오엑스포를 성공시키기 위해 기업들이 앞장서 투자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안창호 박사=한국과 미국의 바이오산업을 비교했을 때 차이점은 무엇인가. △레빈 회장=뿌리는 다르지만 결과는 비슷하다고 본다. 다시 말해 한국과 미국은 경제기초(펀더멘털)와 산업기반(인프라)은 다르다. 미국은 기초연구에 엄청난 투자를 한다. 이것이 미국의 바이오테크놀로지 발전을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다. 한국이 바이오산업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려면 둘 중 하나는 선택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바이오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동력이 되는 기초투자를 늘리든지,아니면 외국에서 기술 라이선싱해 현실적인 결과를 얻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반도체 산업과 조선이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다. 그러나 바이오산업의 경우 한국은 후자를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본다. △안창호 박사=한국의 경우 청소년들사이에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기초과학을 싫어하는 풍조도 확산되고 있는데 미국은 어떤가. △호르위츠 교수=미국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다. 매년 박사 연구원은 많이 배출되지만 이들을 위한 일자리가 충분치 않다. 낮은 임금도 문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이 학생들에게 매력적이게 느끼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령 암연구 분야의 경우 매우 어렵다는 이유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기피하는데 이같은 선입견부터 불식시키는 게 시급하다. 바이오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바이오기술(BT)을 식량개발에 이용할 경우 많은 사람들이 오해부터 한다. 이를 뒤바꿔야 한다. 바이오테크놀로지가 뭐고,이를 이용해 개발된 음식이 왜 필요한지를 교육시켜야 한다. BT가 주목받고,이 분야로 젊은이들이 더 많이 몰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계몽을 해야한다. △레빈 회장=한국 정부는 바이오기술 육성에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는데 목표를 정확히 해야 한다. 바이오산업을 포함해 신산업분야에 대한 투자는 수익보다는 고용증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대규모 일자리가 창출될 때 고급두뇌의 고용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안창호 박사=한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유전자변형식품(GMO)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레빈 회장=GMO는 인간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GMO는 무조건 위험하다는 인식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는 기술발전은 물론 인간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에릭슨 교수=유전자변형 기술은 분명히 식량의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좋은점 못지않게 나쁜점도 모두 갖고 있다. 특히 동물에서 더욱 그렇다. 가령 유전자변형 연어도 조만간 출현가능하다. 문제는 유전자변형된 동물이 야생으로 되돌아갈 경우다. 그러면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안창호 박사=암정복은 인류가 해결해야 할 마지막 과제다. 암치료 기술 및 약품 개발 못지않게 암예방에 대한 교육도 중요한데. △호르위츠 교수=암교육에 대해서는 최근 많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유방암 관련 교육과 토론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미국인들은 암에 대해 상당히 가까이 접근하고 있으며 그만큼 암의 위협으로부터 멀어질 가능성도 높다. 금연캠페인도 상당한 효과를 봤다. 하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분위기가 좀더 확산돼야 한다. △안창호 박사=1979년에 호르위츠 박사는 텍솔(Taxol)의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이는 닉슨 전대통령이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기 수년전이었다. 당시엔 엄청난 돈이 투자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암은 완전히 정복되지 못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호르위츠 교수=암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복잡한 병이다. 세포가 분화하는 과정을 알아야 하고,세포들의 관계도 일일이 분석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여기에는 엄청난 돈과 첨단 기술,시간이 요구된다. 닉슨 시절 암을 정복하기 위한 엄청난 투자는 암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여전히 난제는 많다. 동물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지만 인간 신체에 적용하는 단계가 여전히 어렵다. △안창호 박사=레빈 박사는 세계 처음으로 가상심장(Virtual Heart)과 가상세포(Virtual Cell)를 개발했다. 그것들의 개념은 무엇이고 어디에 응용되는가. △레빈 회장=80년대 중반 슈퍼컴퓨터의 등장은 생물학의 비약적인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현재 생물학 데이터는 너무나 방대해 컴퓨터 과학자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가상세포는 세포면의 단백질간 상호작용을 컴퓨터를 이용해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질병에 걸린 세포를 걸러내고 원인을 찾아낸다. 가상심장은 수천만개의 가상세포를 연결해 만들어진다. 그런 후 전기적 자극을 일으켜 무수히 많이 존재하는 심장 세포표면의 단백질들이 어떠한 상호작용을 통해 근섬유를 움직이는지를 이해함으로써 심장의 기초기능을 설명하고자 한다. 5년 전만 하더라도 하나의 심장박동을 만들어 내기 위해 수많은 심장근육 조각을 일일이 붙여 수일동안 실험했으나 지금은 가상세포를 이용하면 랩탑 컴퓨터를 통해 수분내에 원하는 막대한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질병세포에서만 특이하게 생성되는 새로운 단백질 조각을 발견해내 심장과 관련된 질병 치료제 개발에 응용될 수 있다. △안창호 박사=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조언한다면. △레빈 회장=첫째는 과학한다는 것이 즐거워야 한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선택해 즐기면서 연구해라.그러면 그 결과가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둘째는 흥미를 가져야 한다. 그러면 자연히 기회가 많이 주어질 것이다. 정리=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