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벤처로 성공해 '한국인 신화'를 낳았던 이종문 암벡스 회장 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명예석좌 교수(74)가 8일 KAIST에서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가졌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공계 출신들은 자신과의 게임을 즐겨야 한다"며 "기업을 일으키는 창업정신이야말로 이공계생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어 "21세기에는 과학의 힘이 국가경제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전제,"특히 한국은 경쟁국인 중국과 인도,일본에 뒤지지 않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미국의 경우 벤처기업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련지식말고도 역사 문학 등 폭넓은 지식을 필요로 한다"고 소개한 이 회장은 한국의 젊은 벤처기업인들도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강후 이 회장을 만났다. -KAIST에서 강의를 하게 된 동기는. "미국에서 벤처를 일으켜 성공도 해봤다. 이제 이 기업경험을 다음 세대를 위해 나누고 싶었다. 마침 KAIST에서 기업가 정신 강의를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강연에서 이공계 출신들은 기업이나 연구소에 안주하는 것보다 벤처정신으로 창업하라고 권했는데. "그렇다. 벤처를 통해 자기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어야 엔지니어라고 부를 수 있다. 창업에는 어느 정도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도록 계산하면서 꿈을 펼쳐가는 게 기업가 정신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청소년들의 이공계분야 기피현상이 심각하다.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공계 기피현상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군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이스라엘의 경우 입대가 출세와 성공의 지름길이다. 군대에서 정보기술을 포함한 기술을 습득한다. 한국에서는 군대에 가면 아무 것도 배워오지 못한다. 문제는 정부다. 정부가 자기들 편한대로 정책을 만들면 이공계를 살리는 길은 요원하다." -한국 벤처의 앞날을 어떻게 예상하는지. "벤처가 살아 숨쉬는 생태계가 우선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토양은 생태계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생태계를 만드는 데 우선적으로 정부의 힘이 필요하다. 우수한 인력이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벤처에 대한 관심이 지속된다면 한국의 장래는 밝다고 본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 * 이종문 회장은... 아메리칸드림 1세대로 꼽히는 벤처 기업가다. 지난 70년 국내 제약회사 임원 자리를 버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82년 컴퓨터 그래픽 카드제조회사인 다이아몬드컴퓨터시스템을 세워 한해 5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실리콘밸리에서 이름을 날렸다. 이후 96년 회사 경영권을 직원들에게 물려주고 69세의 나이에 암벡스 벤처캐피털을 설립해 새 인생을 시작했다. 95년 이종문 재단을 설립,1천5백만달러를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박물관에 기부하기도 했다. 1928년 충남 당진출생으로 54년 중앙대 법대를 졸업한 뒤 58년 미국 조지 피바디대에서 도서관학 석사를 받았다. 88년에는 IBM과 애플컴퓨터의 호환시스템인 '트렉 스타'를 개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