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창간 38주년을 맞아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무소속 정몽준 의원,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통령후보 등 주요 대선후보를 대상으로 지상토론회를 마련했다. 본지는 이들 후보에게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13개의 질문을 제시, 서면으로 답변을 받았다. -----------------------------------------------------------------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무소속 정몽준 의원은 모두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친(親)기업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와 정 의원이 증권관련 집단소송제의 도입 유보를 주장하는 등 기업을 배려하는데 무게를 두는 반면 노 후보는 소액주주 보호정책의 병행 실시를 강조하는 등 관점을 달리하는 부분이 발견된다. 재벌정책 등 기업관 =이 후보와 노 후보는 '재벌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속도와 지향점에선 차이가 있다. 이 후보는 재벌의 '경쟁력 강화'에 역점을 두면서 개혁의 속도조절을 강조했다. 노 후보는 재벌제도의 '폐해'에 더 관심을 보이며 현 정부의 개혁정책에 가속페달을 밟을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개혁의 방법론은 엇비슷하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경영투명성 강화, 부실재벌의 신속 정리, 상속 증여세 강화 등이 그것이다. 이에 비해 정 의원은 "비경제적 관점에서 대기업을 매도해선 안된다"며 보는 각도를 달리했다. "대기업과 정권관계는 법이 지배하는 객관적 관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재벌이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정부의 '동반자'라는 입장이다. 기업규제완화 =세 사람 모두 규제 완화론자를 자처하고 있다. 특히 '관치경제'에 대해선 과감하게 메스를 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우선 순위에선 차이점을 보였다. 이 후보는 부실기업의 신속한 정리를 위해 퇴출 관련 규제정비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또 환경이나 은행진입 관련 규제는 존치시킬 것을 주장했다. 이에 비해 노 후보는 규제를 완화할 경우 자칫 과거식 재벌경영 행태가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래서 회계관행이나 지배구조의 개선 등 규제 완화를 위한 여건조성에 역점을 뒀다. 정 의원은 정부가 '게임의 룰을 정하는 심판자'의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출자총액제한제 및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 ='출자총액제한제가 언젠가는 폐지돼야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후보는 없다. 다만 노 후보와 정 의원은 "당분간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노 후보는 특히 경영내용의 투명한 공시와 부당내부거래의 근절, 이사회 기능의 정착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제도 철폐에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세 사람의 견해가 제각각이다. 정 의원은 집단소송제가 '소송남발->기업활동 위축->주주에 불이익'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소수주주보호 문제는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반면 노 후보는 '국제적 룰'이라며 조속한 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소송남발 등의 부작용은 추후에 검토할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후보는 중간적 입장이다. 소액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역시 우리 기업의 현실 등을 감안할 때 '아직은 시기상조'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