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서울의 리모델링 .. 李建榮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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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서울시장 취임 1백일 동안 많은 시책이 쏟아져 나왔다.
청계천 복원을 비롯 시청앞 광장의 보행자 도로화,그리고 최근에는 강북의 미니신도시론,재건축 억제론 등이다.
하기야 청계천에 맑은 물이 흐르고 개구쟁이들이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면, 현대판 '꿈의 도시'가 될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도시에 시급한 것은 모자라고 노후한 도시의 재생 마스터 플랜이다.
우리의 도시는 역사가 짧다.
서울이 6백년 고도(古都)라고 하나 오늘날같은 도시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고작 수십년 사이의 일이다.
그동안 무엇보다 급증하는 인구를 수용하는 것이 급했다.
도시기반을 다지고 차근차근 계획을 세울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의 도시는 당초부터 무절제하게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맞물리며 성장해 왔다.
한쪽으로 달동네가 퍼져가고,한쪽으로는 고층아파트가 병풍처럼 둘러섰다.
도시계획도,건축법이나 관련법들도 오락가락이었다.
그동안 철학이나 미학보다는 경제논리나 정치논리에 밀려 만들어진 도시.이제 양적으로만 팽창시키기보다 질적으로 재생시켜 나갈 때다.
낡은 것은 리모델하거나 리바이벌해야 한다.
계획이 없었기에 강북의 꼬불꼬불 비좁은 골목길 단독주택들이 깡그리 다세대 다가구 주택으로 바뀌었고,강남과 강변에는 고층아파트들이 삐죽삐죽 솟아 올랐다.
결과적으로 난개발이 되었다.
요즘 강남은 재건축바람으로 아파트값이 금값이 되었다.
재건축이란 이름아래 부수고 짓는 행위가 유행이다.
'저밀도'가 민원에 밀려 '고밀도'가 되고 있다.
수십조원의 개발이익이 잔치상에 올랐다.
그래서 서로 사업권을 선점하려고 아우성이고,이에 따라 아파트값이 춤추고 있다.
앞으로 강남모습은 어떻게 되나?
강북사람들의 소외감을 의식해 미니신도시론 지역균형개발론 등이 거론되었다.
강북지역은 지금보다 재개발의 규모를 늘려 도로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유명 학교를 유치해 미니신도시처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강남개발 초기 강북의 학교들을 강남으로 이전시키며 난리를 피우던 일이 엊그제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규모가 커지면 10년 이상 걸리는 재개발이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것이 과연 강북개발의 요체라면,현실감 없는 그림일 뿐이다.
무엇보다 신도시개발을 통해 서울의 교외화를 촉진시켜야 한다.
강남에 부는 무절제한 재건축바람에는 도시계획이란 규제의 틀이 우선되어야 한다.
강북지역은 무엇보다 도심재개발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개발수요가 강남에 치우쳐 있었다.
그리고 현재 강남과 강북식의 쌍핵 구조는 특색있는 재개발을 통해 다핵구조로 바꿔 나가야 한다.
그러나 주상복합식의 초고층 고밀도개발은 새로운 난개발의 요인이 될 것이다.
아직도 강북의 도로체계는 자동차시대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산 중턱에 들어서는 재개발단지의 입구는 좁고 답답하다.
단지규모는 무작정 크게 하기보다 지역에 따라 오히려 지금보다 작은 규모라도 재개발을 촉진시켜 주는 것이 타당하다.
문제는 시 재정을 집중시켜 낙후된 기반시설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도시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강남북의 격차는 줄지 않고,재개발은 촉진되기 힘들다.
노후화한 인프라를 다듬고,건축물의 스카이라인을 조화시키고,곳곳에 문화적 역사적 랜드마크를 부각시키고,도심지의 토지효율을 높이고,단독주택 연립주택 아파트단지가 다양하게 배치되도록 규제하고,녹지와 연계되도록 도시를 재생시키는 시각이 필요하다.
도시의 자산은 다양성이다.
지역마다 특색이 있고 변화가 있어야 한다.
획일적인 재개발 재건축 단독주택의 다세대화가 도시 리모델의 전부가 아니다.
유럽 선진국의 도시들은 추하지 않고,개성있고 우아하게 연륜을 쌓아가고 있다.
나름대로의 컬러에 맞게 다시 태어나도록 관리하고 재생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의 리모델링의 그림을 그리자.
길게 보고.
cerikgy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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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