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와 석유제품 수입업계가 원유와 석유제품의 수입 관세를 차등화하는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정유업계는 5%인 원유 도입관세를 없애 수입품(관세 7%)과 차이를 더 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석유제품 수입업계는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자며 대립하고 있다.


정유업체를 대표하는 대한석유협회는 지난 7일 조세연구원이 작성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원유도입 무관세화를 정부에 건의했다.


36개 석유제품 수입사들로 구성된 한국석유수입사협의회는 이에 맞서 10일 사장단회의를 갖고 현행 제도를 유지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키로 했다.


◆정유업계 주장=SK㈜ LG칼텍스정유 등 정유업체들은 관세인하를 통해 정유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우려로 국제유가가 오르는 등 수익성이 악화되는데다 수입업체들마저 국내시장을 잠식,정유사들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업체들은 대규모 석유정제설비를 운영하는 부담을 안고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반면 수입업체들은 설비투자도 없이 저가 제품을 들여와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997년 석유제품 수입자유화가 이뤄진 이후 수입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8월 12.4%까지 높아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 추세가 지속되면 국내 정유업체도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석유제품 수입에 나서야할 판"이라고 호소했다.


정유업계는 또한 국제적으로 유럽연합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 경쟁국들이 1% 이하의 원유 도입관세율을 적용하고 수입품에는 최대 20%까지 관세를 부과하는 데 비해 한국만 관세에 차등을 두지 않아 정유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유수입업계 주장=석유수입업계는 소비자권리 보호를 위해 정유업체와 수입업체간 공정경쟁이 보장돼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수입업체들의 시장참여가 석유제품 가격인하 효과를 가져와 소비자 이익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휘발유 등유 등 소비용 제품의 국내가격은 수입업체의 시장참여 이후 국제가격과 비슷한 수준인 t당 2백45달러로 낮아진 반면 정유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는 산업용 중질유 가격은 t당 1백83달러로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10∼40달러 높다는 게 수입업체의 주장이다.


수입업체들은 또 정유업체들의 위기가 과잉설비 투자와 주유소에 대한 지원금 확대 등 무리한 경쟁 때문이지 석유제품 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수입사협의회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정책에 안주해오며 독과점 이익을 누려왔던 대형 정유업체들이 소규모 수입사들 때문에 수익이 악화됐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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