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부산시 남구 감만동. 국내 최대 컨테이너 부두인 감만항 대한통운 야적장. 컨테이너 지게차들이 멈춰서 있다. 평소 수출입 물량을 바쁘게 실어나르던 컨테이너 운반차량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치 파업을 한 것같은 광경이다. 미국 서부지역 항만파업사태로 태평양 반대편 부산항도 마비돼 버린 것. 대한통운 터미널의 최대 컨테이너 장치능력은 1만2천개(20피트짜리 컨테이너). 그동안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처리능력을 자랑해왔지만 이번사태로 1주일만에 기능이 정지될 정도로 극심한 화물적체현상을 빚고 있다. 선사들은 더이상 계약을 받지 않고 있지만 이미 예약해둔 화물들이 계속 밀려들고 있어 적체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터미널 직원들은 부두밖 야적장 확보를 위해 전화통을 붙들고 관련업체와 하루종일 씨름중이다. 대한통운은 비상대책으로 부두밖 야적장을 마련했으나 이틀만에 가득차 버렸다. 이 회사 최성호 터미널 운영팀장은 "보통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50% 정도만 차도 효율적인 처리가 힘들어지는데 이번 사태로 1백% '풀'이 되는 바람에 부두영업손실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한통운과 함께 감만부두에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허치슨과 한진, 세방, 동부건설 등은 대한통운보다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지만 야적장 여유분이 25%로 격감해 비상이 걸리기는 마찬가지. 이번 사태로 동방과 대한통운, 세방, 고려종합운수 등 생산지에서 부산항으로 수출입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해 주는 트레일러 육상운송업체에도 영업비상이 걸렸다. 도선사들도 미국입출항 선박이 줄어들면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육상에서 배로 옮기는 컨테이너 수를 체크해 생활을 영위하는 검수회사, 선박에 음식물과 장비 등을 제공하는 선식회사, 선박줄잡이, 기름회사 등 항만관련업체들이 줄줄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국파업이 해결돼도 당분간 부산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여 관계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으로 나가 있는 컨테이너들이 한꺼번에 돌아올 경우 체선, 체화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방정규 항만물류팀장은 "미국파업이 풀려도 부산항 상황은 한달 이상 더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주들은 아우성이다. 선사 관계자는 "화주들이 미국 파업사태로 화물의 수출입이 막히자 파업이 풀리기만 하면 우선적으로 화물을 싣고 내려줄 것을 부탁하면서 웃돈까지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