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이 침몰하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투자자가 등을 돌리며 대형 우량주의 주가도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에따라 코스닥시장의 핵심 기능인 발행부문까지 마비되고 있다. 9일 코스닥 지수는 45대로 밀리며 사상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9월 17일(종가 46.05) 이후 1년여만이다. 외국인과 기관의 투매로 시가총액 2위 강원랜드 주가는 사상 최저가를 기록했다. 국민카드 LG홈쇼핑 CJ홈쇼핑 등 우량 종목들도 대거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원인은 해외시장 급락에 따른 외국인과 기관의 대량 매도세"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시세조정,'머니게임'식 인수합병(M&A) 등 '신뢰성 상실'을 회복해야 코스닥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강조하고 있다. ◆끝없는 추락의 악순환 코스닥지수는 올해 고점(3월22일 94.30)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따라 지난 3월 72조원을 넘었던 시가총액도 37조원대로 줄어들었다. 강원랜드 엔씨소프트 LG홈쇼핑 국민카드 등 대형주의 주가는 올해 고점에 비해 60∼70% 이상 급락했다. 개인들이 주로 매매하는 시가총액 3백억원 미만의 중소형주 중에서도 80% 이상 주가가 하락한 종목이 수두룩하다.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1천억원이 넘는 종목은 이날 현재 34개 종목으로 3월에 비해 3분의 1 이하로 감소했다. 기관과 외국인투자자가 관심을 가져볼 종목도 급격히 줄어들고 손절매(로스컷) 물량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 8월 이후 2개월여 동안 기관이 소폭의 매수우위를 기록한 날은 11일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신뢰성 상실→주가하락→대주주 편법매각→기관 이탈→주가하락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게 시장 폭락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발행시장도 마비 새로닉스의 주가는 등록 첫거래일인 이달 1일 하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다음날에도 9.6%나 떨어졌다. 등록 이틀만에 공모가 대비 18.6%나 떨어지면서 주간사증권사는 시장조성에 들어가야 했다. 지난달 25일 거래가 시작된 샤인시스템도 첫날 하한가에 이어 다음날 10% 이상 하락,시장조성이 진행중이다. 메리츠증권 노기선 주식인수팀장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첫 거래일에 보통 1백%의 상승률을 기록했다"며 "발행시장까지도 수요기반이 무너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이후 새로 등록된 32개사중 65%인 21개사가 시장조성에 들어간 점은 이같은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8월 이후 2개월여 동안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코스닥 심사통과기업은 10여개로 예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 붕괴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잇따른 불공정거래,편법적인 M&A 등으로 인한 신뢰성 상실에서 찾고 있다. 특히 거래량이 격감한 상황에서 시장 진입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반면 퇴출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 99년 이후 올 10월 현재 신규 등록 기업은 5백78개에 달하는 반면 퇴출 종목은 91개에 그치고 있다. 99년 3백99개사였던 등록기업수는 이달 현재 8백20개사로 늘어났다.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기관과 외국인의 코스닥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00년 초반까지 4∼5%를 유지했던 기관의 거래비중은 최근 2%대로 떨어졌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