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넬슨 감독의 "아이 앰 샘"(I am Sam)은 어린 딸의 동거양육권을 획득하기 위한 바보아버지의 눈물겨운 투쟁기다. "포레스터 검프"(94년)의 바보캐릭터와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79년)의 동거양육권 소송분쟁이 합쳐진 이야기구조가 21세기초 미국의 사회상에 밀착해 진화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포레스터검프"는 미국 베이비붐 세대의 우둔함을 희화한 인물. 저돌적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건만 애인에게 버림받고 자식만 물려받는 것으로 끝났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에선 70년대들어 급격히 신장한 여권의식으로 아내가 자아실현을 위해 가정을 버린 뒤 아이에 대한 동거양육권을 되찾기 위해 소송을 일으켰다. "아이 앰 샘"에선 사회복지기관이 바보아버지의 양육능력을 의심해 동거양육권을 박탈하면서 법정소송이 전개된다. "크레이머대 크레이머"의 어머니는 여전히 사랑을 간직했고 "포레스터검프"에선 아이의 존재를 감춘 것에 대해 최소한의 죄의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속 어머니는 자식유기에 대해 일말의 죄의식이나 책임감이 없다. 21세기초 미국사회에선 가정의 붕괴가 예전보다 한층 가속화됐음을 방증한다. 도입부는 자못 충격적이다. 미혼모가 갓난아기를 아버지 샘 도슨(숀펜)에게 안겨준 채 총총히 도망친다. 그녀는 잠자리가 필요해 그와 잠시 살았지만 "비전없는" 남자와의 삶을 미련없이 버린 것이다. 샘은 7살 지능의 정신지체자다. 그러나 그는 헌신적인 사랑으로 어린 딸을 보살핀다. 딸 루시의 아빠사랑도 감동적이다. 자라면서 자신의 지능이 아빠를 능가하자 배움을 거부할 정도다. 이 작품에서 일반 부모들의 삶은 "어린이의 복지"와 사뭇 동떨어져 있다. 샘의 변론을 맡은 변호사 리타 해리슨(미셸 파이퍼)의 가정이 단적인 사례다. 리타는 지적인 어머니이자 아내이며,물질적 풍요를 보장할 만큼 사회적으로도 성공했다. 하지만 그녀는 바쁜 일과로 아들과 소통하는 법을 잊었고 남편은 다른 여자와 바람났다. 극단적인 두 가정의 대비는 아동의 복지는 부모의 물질적 풍요나 지적인 능력이 아니라 그들에 대한 사랑에서 보장된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샘은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기에 그들을 진정으로 즐겁게 해 줄 수 있다. 영화는 동시에 법원의 판결도 그릇됐음을 일깨운다. 법원은 루시의 동거양육권을 양부모에게 주지만 양부모는 샘과 루시 부녀간의 애정에 감복해 딸을 돌려주고 만다. 샘의 캐릭터는 유머와 감동을 주는 주요소다. 스타벅스에서 커피잔과 설탕 등을 가지런하게 정돈해야 직성이 풀리는 정리벽,좋아하는 가수 비틀즈에 대해 보이는 통달한 기억력,이야기중 느닷없이 비틀즈이야기로 새곤 하는 논리부족 등은 관객에겐 웃음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딸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거짓없는 삶은 타산적이고 가식적인 일반인들을 자성케 한다. 숀펜의 "바보" 연기는 관객들을 "유년의 뜰"로 인도할 만큼 완숙하다. 비틀즈의 음악은 전편에 영상과 함께 호흡하며 훈훈한 감성을 자극한다. 18일 개봉. 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