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동안 현대.기아자동차가 가장 큰 신경을 쓴 사항 가운데 하나는 주행시 차량의 "쏠림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현대.기아차를 구매한 고객들 중 상당수가 운행 중에 차량이 한 쪽으로 쏠려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이같은 소비자 불만이 지속될 경우 내수 시장에서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수출 시장에서도 문제가 발생해 회사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차량 쏠림 현상을 개선하는 데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현대.기아차는 2000년 "6시그마 개선 전문가 프로젝트"를 도입해 골치거리를 해결했다. 우선 개선 활동에 부정적인 사원들을 설득해 팀을 구성하고 "정의-측정-분석-개선-관리"등 6시그마의 5단계 추진과정을 충실히 진행했다. 또 측정시스템 분석으로 오류를 하나하나 밝혀내고 실험 계획을 통해 부품간의 상호 영향관계도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2개월 만에 차량 쏠림 현상의 근본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자 소비자들의 불만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내수는 물론 수출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6시그마를 통해 고질적인 품질 문제를 개선한 그랜저XG 싼타페 뉴EF쏘나타 등은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시장에서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힘입어 미국 포브스지는 현대자동차를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6시그마 경영으로 현대차의 품질이 획기적으로 좋아진 점이 이같은 평가를 받게 된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6시그마 경영은 필수"라는 기치 아래 지난해 전사적으로 "6시그마 경영혁신 운동 선포식"을 가졌다. 6시그마 경영을 통해 향후 5년 이내에 고장이 나지 않는 "무결점 자동차"를 만들기로 결의하고 부품 협력업체도 이 운동에 적극 동참시키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6시그마 운동에는 정몽구 회장이 직접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틈만 나면 회사 경영진들을 모아 놓고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 밖에 없다"며 "6시그마 경영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새로운 기회를 창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대.기아차는 지금까지 총 20회에 이르는 "블랙벨트"및 63회에 걸친 "그린벨트" 교육을 통해 모두 1천7백30명의 6시그마 전문가를 길러냈다. 이들 전문가는 지난해 말까지 2천4백건의 6시그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마쳐 6백28억원 상당의 원가절감 효과를 올렸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2004년까지 매년 1천명 이상의 6시그마 전문가를 양성,전직원의 10%를 6시그마 전문가로 육성할 계획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