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창원공장은 2년전 양문형 냉장고 '디오스'의 품질문제를 해결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약랭(弱冷)'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생산공정과 부품을 샅샅이 점검했지만 이상은 없었다. 그런데도 완제품을 테스트하면 불량으로 나왔다. LG전자는 'DFSS'라는 6시그마 기법을 적용하고서야 이 문제를 해결했다. 생산공정이 아니라 제품개발상의 설계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약랭 기능의 설정이 전체 냉각시스템과 충돌한다는 사실을 발견, 문제를 해결하자 불량률이 2% 미만으로 떨어졌고 디오스는 양문 냉장고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됐다. LG가 미국 GE(제너럴일렉트릭)사를 벤치마킹해 국내 최초로 '6시그마' 경영을 도입한 것은 지난 96년. LG전자 창원공장에서 시작했다. 99년에는 전 계열사에 이를 도입했으며 생산 품질관리 연구개발(R&D)은 물론 인사 총무 영업 구매 서비스 등 경영활동 전 부문으로 확산시켰다. 이처럼 LG가 6시그마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온 것은 구본무 회장이 남다른 의지를 갖고 적극 추진할 것을 당부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평소 "6시그마는 세계시장에서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21세기에는 필연적으로 갖추어야 할 혁신수단"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동안의 추진성과를 보면 LG전자 필립스LCD 이노텍 마이크론 등 전자부문 계열사들은 지난 98년 이후 4년간 총 8천6백건의 프로젝트를 수행, LG전자의 8천1백억원을 포함해 모두 1조2천억원의 경영성과를 거뒀다. 특히 LG전자는 TV 등 주요 제품의 품질이 97년보다 67% 이상 개선됐다. 생산성 향상도 두드러져 디지털 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의 경우 추가로 공장을 증축하지 않고도 매출이 지난 98년 이후 평균 22%씩 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GE사의 제임스 캠벨 어플라이언스부문 사장이 창원공장을 방문해 극찬하기까지 했다. LG전자는 오는 2005년까지 전 사원의 80%를 6시그마 전문인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LG화학도 지난 99년부터 본격적으로 6시그마 활동을 시작해 작년말까지 3천억원 상당의 재무개선 효과를 봤다. 그동안 설계분야의 6시그마 활동인 DFSS를 실행하는 한편 관리 부문으로 6시그마를 확산시켰다. 고객에게 직결되는 핵심적인 품질항목(CTQ) 모니터링과 사이버교육 등의 인프라도 구축했다. LG화학은 마스터 블랙벨트(MBB) 7명, 블랙벨트(BB) 1백10명 등의 6시그마 전문가를 확보했으며 앞으로 사내 전문가를 3백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LG칼텍스정유는 주요 제품인 휘발유의 브랜드를 아예 'SIGMA6'로 정할 만큼 일상적인 경영활동으로 강력히 추진해 오고 있다. 그동안 '원유수송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연간 28억원의 손실을 줄인 것을 비롯해 작년말까지 총 1백62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해 4백66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다. LG정유는 특히 2004년부터는 블랙벨트 자격을 갖춘 사람만 팀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LG전선은 지난 97년말 6시그마를 전 생산현장에 도입해 지속적인 활동을 펼친 결과 8백97억원의 프로젝트 성과를 거뒀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