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重慶)은 공사 중.' 충칭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사장이다. 개발구에는 공장 건설이 한창이고, 시내 도로는 보수 공사로 파헤쳐졌다. 자연히 충칭의 스카이라인은 크레인으로 장식되고 있다. 장베이 공항에서 10분쯤 달려 도착한 충칭경제기술개발구. 잘 정돈된 공장을 지나 양쯔강 쪽으로 들어서니 1백여명은 족히 넘을 듯한 인부들이 거대한 건물공사에 매달려 있다. 충칭 토착 국영자동차회사인 창안(長安)자동차와 미국 포드가 합작, 설립한 장안포드 공장의 물류센터 건설 현장이다. "내년 산샤(三峽)댐 수로공사가 끝나면 1만?급 선박이 상하이에서 충칭으로 올라갈수 있게 됩니다. 그 때를 대비해 복합 물류센터를 건설하는 중입니다. 인근 춘탄(寸灘)항구를 통해 자동차 부품을 실어오고, 완성된 소형차를 하류로 실어 나르게 됩니다. 춘탄 항구 역시 접안 능력을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장샤오파 장안민생물류유한공사 사장은 산샤댐 시대에 대비하는 충칭 건설을 이같이 설명한다. '거대한 공사장 충칭'이 기획하고 있는 '충칭대개발'의 첫 목표는 서부지역의 물류중심지가 되는 것이다. 양쯔강을 타고 동부 지역으로 갈 서부 내륙의 원자재를 모두 충칭에 모아 선적하겠다는 구상이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도착한 충칭 제2부두. 웃옷을 벗어던진 2백여 명의 인부들이 선적작업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일에 열중하고 있는 왕하이쥔(王海軍)씨는 "내일 새벽에 배가 떠야 모래 아침에 상하이에 닿을 수 있을 것"이라며 얼굴의 땀을 훔쳤다. 왕씨에게는 그러나 한 가지 걱정이 있다. 내년부터 큰 배가 들어오고,어지간한 물건은 모두 컨테이너로 실어나간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충칭 경제기술개발구 피칭위안 부국장은 "양쯔강 뱃길이 상하이~충칭 간 철도 8개 노선과 맞먹는 물동량을 처리하게 될 것"이라며 "충칭 시정부는 현대식 부두 건설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물을 아무리 많이 실어와도 이를 서부 다른 지역으로 운반할 교통망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충칭이 '30.8계획'에 발벗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2005년까지 충칭시 한복판에서 도심을 감싸고 있는 외곽 순환도로까지 어느 방향으로든 30분 안에, 변두리 농촌 어디라도 8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도록 교통망을 확충한다는 전략이다. 충칭 시내의 개발 열기는 더욱 뜨겁다. 강북 신시가지 대로는 대형 크레인들이 마치 군대 사열행사를 치르는 듯 줄지어 서있다. '경사가 겹친다(雙重喜慶)'고 해서 붙여진 이름 충칭. 지금 충칭에서 겹치는 것은 경사뿐만이 아니다. 신도로와 구도로가 겹치고,허물어질 것 같은 옛 건물과 새로 완공된 현대식 고층건물이 포개져 있다. 지저분한 옛 도로 옆에는 반듯한 새 도로가 나있다. 충칭 출신 조선족 김용국씨(26.포스코 충칭대표처직원)는 "자고 일어나면 변하는 도시의 모습은 충칭 토박이마저 헷갈릴 정도"라고 말한다. 충칭의 다른 이름은 '산성'(山城)이다. 험한 산 위에 지어진 요새란 의미다. 항일전쟁 당시 국민당정부와 이후 들어선 공산당 정부는 충칭의 지리적 요건을 이용, 군수산업을 발전시켰다. 군수산업의 자양분을 받고 오토바이와 자동차 화학 기계공업 등이 발달, 충칭을 중국 서남부 최대 중공업기지로 만들었다. 이 오래된 공업도시에 변화의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 97년 중국 정부가 충칭을 인근 구와 현을 묶어 직할시로 승격시키면서부터다. 여기다 2000년부터 시작된 서부대개발은 충칭에 새로운 힘을 실어주며 '화려한 옛 영광의 부활'이라는 웅지를 펼쳐가고 있는 것이다. 특별취재팀 =팀장 한우덕 베이징 특파원, 오광진(국제부), 정태웅(산업부 대기업팀), 송태형( " 과학바이오팀), 김형호( " IT팀), 김미리( " 대기업팀), 허문찬(영상정보부 기자) in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