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學士도 노벨과학상 타는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9일 오후 6시45분 과천종합청사 과학기술부 기자실.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고 있던 한 기자로부터 탄성에 가까운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어 일본인이 또 탔네.아니 이번엔 학사잖아.평범한 연구원인데 노벨상까지…"
이번 발표에 놀라기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물리학상에 이어 시미즈제작소 연구원까지 노벨화학상을 수상할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학사출신의 기업 연구원이 수상했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과기부 기자실 분위기는 일본과는 영 딴판이었다.
"한국은 언제까지 남 잔치에 들러리만 서야 하는가." "일본이 줄줄이 타고 있는 노벨상을 한국은 왜 못타는가."
자조의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
일본의 잇단 노벨과학상 수상이 우연히 이뤄진 것일까.
올해 화학상을 탄 다나카 고이치씨는 입사 4년만에 노벨상을 받게 된 기술을 개발했다.
신참 엔지니어가 그것도 기초과학이 아닌 응용연구분야에서 이같은 연구업적을 낼 수 있었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굳이 일본의 '장인정신'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일본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한국은 과연 어떤가.
입사 4년 된 엔지니어가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을까.
군 복무,실무교육 등으로 창의적 연구를 하기가 쉽지 않다.
기존 연구를 따라잡기도 힘겹다.
고급두뇌들은 이공계 대학진학을 기피하고 쉽게 돈벌 수 있는 쪽으로 몰려든다.
정부의 기초분야 연구개발투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업들도 연구개발 투자를 소홀히 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초연구가 제대로 안돼 있는데 응용연구가 될리 만무하다.
입만 벙긋하면 "노벨상 수상을 위해 기초과학연구,영재교육에 집중투자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딴판이다.
과학기술관련 시스템이 과연 효율적으로 가동되고 있는지를 우선 살펴봐야 한다.
과학기술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우리도 기다리면 언젠가는 노벨상을 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그것은 난센스일 뿐이다.
오춘호 산업부 과학바이오팀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