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폭력성과 인간존재 관계 탐구 .. 노벨문학상 케르테스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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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유대계 헝가리 소설가 임레 케르테스(73)는 올해 처음으로 본선 후보자로 올랐다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그는 나치 치하에서 겪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체험을 바탕으로 폭력적인 사회제도 아래서 신음하는 개인의 자유와 그들이 극한상황에서 살아남는 모습을 작품으로 형상화해 왔다.
아우슈비츠를 거쳐 부헨발트 수용소에서 해방을 맞은 그는 헝가리로 돌아와 "빌라고샤그"(개명.開明)지의 기자로 2년간 일했다.
이후 희곡작가,번역가로 활동하면서 드라마 대본 및 니체, 호프만슈탈,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 등의 철학서를 헝가리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케르테스에 대해 "역사의 야만적인 잔혹함 때문에 부서지기 쉬운 인간존재를 지탱시켜 주는 근원적 힘을 잘 표현해 냈다"고 수상이유를 설명했다.
첫소설이자 대표작인 "페이트리스(1975)"에서 그는 독일군에 의해 체포돼 나치 강제수용소로 보내졌지만 그곳에서 적응해서 끝내는 생존하는 젊은 주인공 "쾨베"를 다루고 있다.
소설에서 그는 수용소의 실상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그곳에는 감사의 마음도 없고 행복한 순간도 없다.
주인공은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받아들이고 또 그것이 부자연스럽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다.
독자들은 작품을 통해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독일군의 잔혹함과 무자비함을 절감할 수 있다.
케르테스는 "산다는 것은 순응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태어나지 못한 아이를 위한 기도"(1990)에서 케르테스는 일관되게 유년시절의 부정적인 기억들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가장 고차원적인 순종은 바로 사랑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또 인간의 영적 차원은 삶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기술한다.
이와 함께 인간 개개인의 경험은 집단의 이해라는 관점에서 이해될 때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말한다.
1992년에 발표한 픽션형식의 일기 "갤러리 다이어리(Galley Diary)"에서 케르테스는 자신의 지적인 지평의 전모를 보여준다.
이 저술에서 그는 파스칼,괴테,쇼펜하우어,니이체,카프카,카뮈등 비판적인 작가들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아우슈비츠에서의 경험이 비록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적(독일)에 의해 강요된 것이지만 이 때의 경험이 인간과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하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케르테스는 현재 카프카와 유사한 문체로 소설을 집필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아직 국내에서 번역소개되지 않았다.
[케르테스 연보]
192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생
1944~5년 아우슈비츠 및 부첸왈트수용소 수감
1975년 수용소 수감생활을 다룬 첫 소설 "페이트리스(Fateless)"발표
1977년 산문집 "개척자"발표
1988년 "피아스코(Fiasco)"발표
1990년 "태어나지 못한 아이를 위한 기도"발표
1991년 산문집 "영국기(旗)"발표
1992년 픽션형식의 일기 "갤리 다이어리(Galley Diary)"발표
1993년 강연과 에세이를 모은 "문화대학살"발표
1995년 브란덴부르그 문학상 수상
1997년 라이프지히 출판상 수상
1998년 "사형집행 순간의 침묵"발표
2000년 독일 일간지 "벨트(Welt)문학상" 수상
2001년 "추방된 언어(Exiled language)"발표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