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경매업체 옥션은 세계 최대 인터넷 경매업체인 미국 이베이가 최대주주인 외국계 인터넷 회사다. 버블붕괴로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회의가 팽배했던 작년 2월 이베이의 옥션 인수는 일대 사건이었다. 적자투성이던 옥션의 지분 50%를 무려 1천5백억원에 사들였다. 옥션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베이의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 1998년 4월 국내 최초로 인터넷 경매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4년여 만에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우뚝섰다. 하루 방문자 수는 55만명. 국내 인터넷쇼핑몰은 물론 남대문시장의 유동인구 수를 뛰어넘는다.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국내 최대 '장터'가 된 것. 지난 2분기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흑자를 기록,탄탄대로를 열고 있다. ◆한발 앞선 경영=이재현 사장(38)은 성공비결로 '시장 선점'을 꼽는다. 와와 등 경쟁업체보다 한 발 앞서 고객을 끌어모은 게 결정적이었다는 것. 사람이 많을수록 절대 유리한 경매서비스의 속성 때문이다. 찾는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물건도 늘어나고 이는 더 많은 고객을 끌어모으는 선순환을 낳는다. 사업 초창기 대대적인 광고 공세를 펼쳤던 것도 주효했다. 유명 축구해설가 신문선씨가 '1천원 더'라고 외치는 광고내용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깊이 각인됐고 옥션이 국내 대표 경매사이트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저인망식 네트워크 전략도 한몫 했다. 네이버 엠파스 등 6백여개의 인터넷 사이트와 제휴,곧바로 옥션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웬만큼 유명한 인터넷 사이트엔 어김없이 미끼를 던져놓은 셈이다. 이 덕분에 초창기 경쟁업체들과 엇비슷하던 옥션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80%로 높아졌다. 대형 인터넷쇼핑몰에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 2분기 거래금액(경매성사금액)은 1천억원. LG이숍 등 선두 쇼핑몰보다 3백억∼4백억원이 많다. ◆독특한 사업모델=옥션은 물건을 팔지 않는다.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장소를 마련해 주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챙긴다. 이른바 e마켓플레이스(전자장터)다. 그래서 일반 쇼핑몰처럼 물류나 배송 재고 등의 부담이 전혀 없다. 이 사장은 "경매는 판매자 구매자 회사 등 3자가 서로 윈윈하는 거래방식"이라고 강조한다. 판매자는 부대비용이 수수료밖에 없어 마진폭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구매자는 경매과정에서 재미도 만끽하고 싼값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회사는 수수료를 챙기니 밑지지 않는다. ◆이베이식 투명경영=옥션은 증권가에서 '유리알 장부'로 유명하다. 이베이처럼 깐깐하게 회계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여러 해에 걸쳐 비용 처리하는 게 관행인 연구개발비도 그 해에 전액 비용 처리할 정도다. 지난해 카드깡 문제로 카드사들로부터 받지 못했던 돈도 곧바로 비용으로 처리했다. 공정공시제도도 깊이 뿌리내렸다. 시장공시 전에는 재무 관련 정보를 결코 유출하는 법이 없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