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54) 삼성서울병원장은 병원내에서 '칸트'와 같은 존재다. 독일 철학자 칸트가 산책가는 것을 보고 마을사람들이 시계를 맞췄듯이 병원사람들은 건물주위에 살구나무가 심어진 인도를 따라 이원장이 걷는 것을 보면 시간을 짐작할 수 있다. "개원 이후 8년여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점심산책을 즐겨왔습니다. 식사후 언제나 병원 주위를 30∼40분가량 걷습니다. 거리로 따지면 4∼5㎞정도 될까요." 병원에서만이 아니다. 이 원장은 저녁식사후 오후 9시쯤 되면 부인과 함께 산책에 나선다. 분당에 살 때는 중앙공원을 한바퀴 돌았고 최근 서울 서초동으로 이사온 뒤로는 서울교대 캠퍼스를 거닌다. "50여분간 천천히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기분이 전환되고 소화도 잘 됩니다. 산책은 제게 있어 신체뿐 아니라 정신과 일상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윤활유입니다." 이런 '윤활유'가 환자 진료와 병원 경영 업무를 병행하는 바쁜 일과 속에도 건강한 일상을 영위하는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 원장이 꼽는 또다른 건강유지 비결은 '반신욕'이다. 몸이 찌부둥하고 피곤할 때는 집에서 따뜻한 물에 하반신만 담그고 앉는다. 20∼30분정도 지나면 긴장된 근육이 풀어지고 몸이 은은해지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이 원장이 반신욕을 시작한 것은 하루에 1백여명의 환자를 돌볼 정도로 진료에 전념하던 40대 초반.신경안정제를 복용할 만큼 불면증에 시달리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던 시기였다. "어떤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환자들의 상태가 악화되거나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밤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이같은 고통을 완화시키는 방법으로 시작한 것이 야간산책과 반신욕이었다. 이 원장은 "이 두가지를 몇달동안 꾸준히 병행한 결과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건강해져 잠도 잘 이룰 수 있었다"며 "이후 산책과 반신욕은 하루 일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활습관이 됐다"고 말한다. 이 원장은 요즘 50대 전후를 대상으로 건강에 대한 강연을 할 기회가 많다. 이 때마다 "하루에 한시간 이상은 건강에 투자하라"고 말한다. 이 원장은 땀을 많이 흘리는 격렬한 운동보다는 산책이나 골프 등 정신뿐 아니라 육체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을 추천한다. 또 어떤 운동이든 반드시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