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국제공항은 민간항공기 이착륙료 수입등 한달운영수입으로 3천여만원에 달하는 전기요금도 감당못한다. 3천5백억원을 들여 작년 4월에 개항한 이 공항은 평균 탑승률이 40%에도 못미쳐 한달에 벌어들이는 운영수입이 고작 2천5백만원 남짓하기때문이다. 지난 97년 개항한 청주국제공항도 마찬가지다. 연간 1백19만명을 수용하는 여객터미널을 갖췄지만 올들어 지난 8월까지 이용객수는 고작 3만명에 불과하다. 개항 첫해 58억원의 적자를 낸 것을 시작으로 매년 50억원대의 손해를 보고 있다. 전국 15개 국내선 공항 중 김포와 김해공항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청주 여수 목포 군산 예천 등 5개 만성 적자공항의 지난 98년 이후 4년간 누적적자 규모는 5백29억원에 이르고 계속 불어나는 추세다. 고속도로의 잇단 개통으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되면서 항공수요가 격감하고 있어 국내선 공항의 적자는 갈수록 불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속철도가 개통되는 2년후의 상황은 파국적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명분과 지역 정치인 및 주민의 압력 등 정치논리에 밀려 지방공항 건설을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재 김제 무안 울진 3곳에 5천5백억원을 들여 신공항 공사가 진행 중인데 이들 역시 양양공항 처럼 개항 첫날부터 적자운영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건교부는 외국항공사를 지방으로 끌어들이고 적자노선에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활성화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논리에 배치되는 '밑빠진 독에 물붙기식'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항공수요와 공항건설은 별개=교통개발연구원 윤장호 박사는 "영동고속도로 확장으로 서울∼강릉까지 자동차로 2시간30분밖에 걸리지 않는데 항공수요가 늘어날 리 없다"며 "2년 뒤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되면 대구공항도 50% 가량 승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교통개발연구원 김연명 항공실 책임연구원은 "도로 철도 항공에 대한 투자가 '따로 따로'이다보니 이 지경이 됐다"며 "교통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순전히 '정치논리'로 지어지는 공항도 있다. 오는 2006년 개항을 목표로 1천4백74억원을 들여 공사 중인 김제공항이 대표적인 케이스.건교부 관계자는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이 '영호남의 공항숫자를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김제에도 공항이 필요하다'며 세게 밀어붙였다"며 "바로 옆 군산공항도 만성 적자인데 김제공항이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경북 울진과 전남 무안공항도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이미 공항이 있는데도 '지역거점공항 육성'등의 명분으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시장논리를 무시한 건교부 대책=건교부는 지방공항의 경영난을 덜기 위해 최근 외국항공사 유치,항공사에 보조금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지방공항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항공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도 수익성 없는 구간에 대해 노선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 항공사 취항을 기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