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의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다. 종전 "굴뚝(전통 업종)"업체에 국한됐던 "탈(脫) 코스닥"이 핵심 정보기술(IT)업체로까지 번지고 있다. 11일 증권업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5개 업체가 코스닥 시장을 떠난데 이어 엔씨소프트등 20여개 업체가 소속 시장을 거래소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중에는 코스닥 간판기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코스닥 시장의 존립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8위의 IT벤처기업 엔씨소프트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거래소로 이전키로 결의했다. 회사측은 "투자자들의 끊임없는 요구로 '탈 코스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의 거래소 이전결의는 IT기업으로선 처음이다. 시가총액 1위인 KTF와 4위인 기업은행도 코스닥 이전을 검토중이다. 기업은행은 주간사 선정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요건을 갖추지 못한 KTF는 내년 KT아이컴과 합병하고 '부채비율 업종평균의 1.5배미만'이라는 상장요건을 갖춘 뒤 거래소 이전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시가총액 7위 SBS도 거래소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중소형 제조업체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대형사에 비해 소속시장 변경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마니커와 태경화학은 최근 거래소 상장심사를 끝내고 이달말과 올해안에 상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선재는 상장심사 청구서를 거래소에 제출했으며 푸른상호저축은행은 주간사 선정작업을 진행중이다. 제일제강 해원에스티 아이텍스필 등도 상장 심사 청구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부실시장으로 인식되면서 우량기업들이 코스닥에 소속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 및 기업 이미지에 불이익을 받는다고 판단하고 있는게 '탈 코스닥'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노기선 주식인수팀장은 "실제 거래소로 이전한 코스닥 기업들의 대부분은 IT중심의 코스닥 업종과 맞지 않아 그동안 투자자에게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푸른상호저축은행 관계자도 "각종 불공정거래 등으로 코스닥시장의 신뢰도가 크게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돼 거래소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증권시장 관계자는 "시장을 건전하게 만들어 기업들이 스스로 들어오게 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