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에서 힘의 축이 옮겨가고 있다.


유통 '파워 시프트'(power shift)가 한창이다.


변화를 이끄는 주역은 할인점 홈쇼핑 편의점 등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이들 업태는 재래시장과 백화점이 양분하던 소매시장 구도를 송두리째 바꿔가고 있다.


10년이 채 안된 기간에 벌어진 괄목할만한 변화다.


60년대 이래 소매시장에서 황제 지위를 누려온 백화점은 멀지않아 할인점에 왕좌를 내줘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TV홈쇼핑을 필두로 한 온라인 유통시장도 급팽창, 소비문화를 혁신하고 있다.



유통 파워 시프트의 선봉장은 뭐니뭐니 해도 할인점이다.


우리나라에 할인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3년 11월.


신세계가 서울 도봉구 창동에 이마트 1호점을 열면서 할인점시대가 시작됐다.


미국과 유럽에서 지금 같은 형태의 할인점이 탄생한 시기는 1960년대 초반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가 30년이나 뒤진 셈이다.


그러나 성장속도에서는 우리가 훨씬 빠르다.


지난 9년동안 국내에는 2백여개의 할인점이 들어섰다.


'확산' 단계를 넘어 이젠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다.


치열한 점포 늘리기 경쟁이 가져온 결과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하루평균 40만명이 매장을 찾았다.


올해에는 연인원으로 따져 고객수가 2억1천54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국민 한 사람이 한햇동안 평균 5회 이마트에서 쇼핑을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할인점 경쟁은 선두주자인 신세계 이마트를 비롯해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할인점 빅3가 주도하고 있다.


세계 소매업계 1,2위를 달리는 월마트나 까르푸는 토종 할인점들이 고지를 선점한 바람에 한국에선 맥을 못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쯤이면 시장 규모에서 할인점이 백화점을 추월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는 2003년 전국 곳곳에 총 4백개 가까운 할인점이 들어서 합계 20조6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같은 해 백화점은 총 19조1천억원의 매출에 그쳐 할인점에 추월당할 것이란 분석이다.


오는 2005년에는 할인점 시장규모가 29조원, 백화점이 20조원으로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홈쇼핑도 시장규모와 고객 확산 추세가 급상승 커브를 그리고 있다.


TV홈쇼핑은 시장분석 기관의 예측을 뛰어넘을 정도로 질주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총 매출규모가 2조원에 달했던 TV홈쇼핑은 올해도 지난해의 2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0년 이후 해마다 2배씩 덩치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기존 2개사에 이어 3개사가 추가로 사업권자로 선정돼 양적 성장단계를 지나 질적 도약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선발업체인 LG홈쇼핑과 CJ홈쇼핑은 올해 매출 목표로 각각 1조7천억원과 1조5천억원을 잡았다.


현대홈쇼핑 우리홈쇼핑 농수산쇼핑 등 후발 3사도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올리며 선발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사실상 사업 첫해인 올해 5천2백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로 했고 우리홈쇼핑도 5천억원선을 돌파하겠다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인터넷쇼핑몰들도 고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긴 했지만 상위권 업체들의 분기별 매출 증가율은 아직도 1백% 안팎에 달한다.


삼성몰 롯데닷컴 LG이숍 등 메이저 업체들에서는 지난 3.4분기 매출이 7백억원을 웃돌았다.


롯데닷컴의 경우 올해 매출이 3천억원을 무난히 넘어서 지난해 1천5백억원의 2배를 웃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는 업체수도 지난해말 2천1백66개에서 올 7월말에는 2천4백여개로 급증했다.


LG경제연구원은 '국내 인터넷 소매시장 현황'이란 자료에서 지난해 2조5천억원 규모였던 인터넷 소매시장이 올해는 3조4천억원 이상으로 팽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같은 성장세는 남성 위주의 이용자층이 여성으로 확대되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코리안클릭 조사에 따르면 여성 네티즌 가운데 전자상거래 유경험자 비율은 2000년 6월엔 14.2%에 그쳤으나 2001년 2월 20.6%, 8월 21.5%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편의점은 동네 구멍가게가 차지해온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해 가고 있다.


미국 일본의 경우 편의점 1개당 인구수가 2천3백명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무려 1만2천여명에 이른다.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국내 할인점은 올해를 기점으로 양적 팽창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작년 4월 3천개를 넘어선지 불과 10개월만인 올 2월 4천개를 돌파한데 이어 지난 9월말 드디어 5천개를 넘어섰다.


이같은 속도라면 2005년에 8천개, 2010년에는 1만2천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편의점들은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을 점포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편의점은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다.


편의점에선 현금을 찾을 수도 있고 공공요금을 납부할 수도 있다.


택배 물건을 맡기거나 찾는곳이기도 하다.


편의점은 이런 장점을 앞세워 전국 곳곳으로 파고들면서 동네 구멍가게들을 밀어내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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