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日 금융개혁과 한국경제 .. 林俊煥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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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일본경제의 장기복합불황을 두고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한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떨까. 금융시장에서는 불행히도 '잃어버릴 10년'을 예고하고 있다.
향후 10년 간 일본경제의 명목성장률이 매년 평균 1%의 저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의 디플레경제가 지속되든가,마이너스성장의 늪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정부는 한 손엔 '금융개혁 메스'를,다른 한 손엔 '디플레 타개 메스'를 들고 경제살리기에 나섰다.
특히 다케나카 헤이조 금융상 겸 재정경제상의 금융개혁조치는 일본경제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조치와 차별화되고 있어 실낱같은 희망이 기대된다.
일본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금융회사의 현금편중 자산운용과 디플레 함정 탈피를 위한 정책효력의 무력성에서 비롯된다.
먼저,현금편중의 자산운용은 기업대출고객 뿐만 아니라 상대은행의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또 금융회사의 현금편중 현상은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경로를 파괴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금융회사는 일반적으로 대출경로,국채보유,그리고 중앙은행의 지준금계좌를 통한 현금보유 경로를 통해 자산을 운용한다.
그러나 현재 일본 금융회사는 채무자의 부도 가능성이 높아 대출을 기피하고,대신 안전자산인 국채 매입이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금융회사의 자발적 현금보유금(초과 지준금)의 급증현상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평상시에는 최소현금(법정지준금)만 보유하고,잉여 현금자산은 단기 금융시장을 통해 다른 금융회사에 대출, 이자수익을 챙긴다.
그러나 이러한 수익창출기회를 포기하고 초과지준금의 형태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것은 유동성이 풍부해 차입은행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겠지만,상대 은행의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다는 불신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부실채권규모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대출할 경우 차입은행의 부도는 곧 대출은행의 자금회수 불능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다음 문제는 제로금리하 통화정책의 무력성을 들 수 있다.
정상적인 경우 경기부양은 통화량 확대 정책에 의해 가능하다.
예컨대 중앙은행의 본원통화 확대는 금융회사의 신용창출과정(통화승수)을 통해 (총)통화량증대로 연결되고,이는 다시 금리인하를 가져오고,투자나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를 되살아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의 통화정책채널은 금융회사의 과도현금보유와 제로금리의 존재로 정상적이지 못하다.
통화당국의 본원통화증대는 금융회사의 과도한 현금보유성향으로 통화량을 증가시킬 수 없다.
또 총통화량이 증가된다 하더라도 이미 금리가 최저점(0%대)에 접어들어 금리가 더 이상 하락할 수 없다.
따라서 금융회사의 현금보유 경향과 제로금리를 갖는 경제하에서 통화정책은 실물경기를 부양시킬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일본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부실채권의 제거를 통해 대출기능을 회복시키고,이를 기반으로 통화정책채널을 정상화시키는 데 있다.
한편 다케나카의 금융개혁조치는 일본경제의 문제점을 직시,이를 근거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다케나카의 금융개혁프로그램이 제대로 실행될 경우 일본경제는 '잃어버릴 10년'의 함정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금융개혁이 성공하면 엔화가치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엔화 약세 전망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달러화도 내부악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상적자규모는 이미 적정수준을 초과하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달러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 엔화의 약세가 전망되지만,미국도 내부적 악재를 갖고 있어 양국간 악재가 상호작용,엔·달러의 변동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jhim@ccs.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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