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함봉실이 부산아시안게임 여자마라톤에서 막판 폭발적인 스퍼트로 금메달을 따냈다. 함봉실은 13일 부산시 중심에 위치한 황룡산을 돌아오는 대회 여자마라톤 42.195㎞ 풀코스에서 32㎞ 지점부터 선두로 치고 나간 뒤 독주해 2시간33분35초의 기록으로 맨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이로써 함봉실은 지난 대회에서 김창옥이 이 종목 은메달에 머문 한을 풀며 82년 뉴델리대회 이후 20년 만에 북한 육상에 금메달을 안겼다. 함봉실은 지난 4월 만경대상 국제마라톤에서 '공화국 영웅' 정성옥이 갖고 있던 북한 최고 기록을 깨뜨린 선수로 이번 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북한 최고의 스포츠 영웅으로 부상했다. 함봉실은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북측 응원단에게 달려가 인공기를 흔들며 눈물을 흘렸고 "남북의 응원단이 열렬한 응원을 하는 곳에서 우승해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함봉실은 섣불리 앞으로 나서지 않고 선두를 따라가는 '그림자' 작전을 폈다. 오미나미와 함봉실의 2파전이 된 22㎞ 지점부터 함봉실은 오미나미의 등 뒤에 바싹 붙어 바닷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체력을 아꼈다. 이어 완만한 오르막이 시작되던 32㎞ 지점에서 승부를 걸었고 10㎞ 정도를 독주한 끝에 레이스를 마쳤다. 2위는 함봉실보다 1분 이상 늦은 일본의 히로야마 하루미(2시간34분44초)에게 돌아갔고 오미나미 히로미(일본·2시간37분48초)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의 오미자(2시간42분38초)와 북측의 김창옥(2시간43분17초)은 각각 4위와 5위에 머물러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한국 최고 기록 보유자 권은주는 37㎞ 지점에서 기권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