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취업경쟁이 작년 못지않게 치열할 전망이다. 국내외 경기가 급속하게 냉각될 조짐을 보이면서 얼마 전까진 채용규모를 늘리려던 기업들이 최근 들어 인력운용을 보수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채용업체 잡링크(www.joblink.co.kr)는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접수를 마감한 67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취업경쟁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67대1로 나타났다고 13일 발표했다. 이는 잡링크가 지난해 조사한 하반기 취업경쟁률 68 대 1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바늘구멍 취업경쟁'이 올해도 되풀이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곳은 비비안으로 대졸 신입사원 4명을 뽑는데 1천명이 몰려 2백50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원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LG CNS로 2백40명 모집에 1만9천여명이 지원서를 냈다. 지난주 지원서 접수를 마감한 SK그룹의 경우 1백 대 1 안팎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워커힐호텔 1백40 대 1, SK텔레콤 1백 대 1, SK글로벌 80 대 1, SK투신운용 75 대 1 등이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1백명 모집에 1만여명이 몰려 1백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나타냈고 대졸 신입직을 채용하는 만도도 60명 모집에 8천1백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이 1백35 대 1에 달했다. 취업경쟁률이 이처럼 높은 이유는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기업들이 4.4분기 들어 경기 둔화조짐이 나타나자 신규채용을 미루거나 취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리크루트가 2백52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8월말 예상했던 하반기 채용인원은 1만3천8명이었으나 10월 예상 인원은 1만2천4백23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번 조사를 담당했던 잡링크 김현희 실장은 "내년 경기가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이 인력 채용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신규 인력채용을 동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도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상반기 기업경영실적이 좋았고 경기전망도 나쁘지않아 대부분의 기업들이 하반기 채용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최근 들어 미국의 이라크 공격 임박 등으로 기업들이 투자는 물론 채용도 줄이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