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이후에도 제 기력이 다하는 날까지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부산아시안게임기간 기장체육관 방송지원단에서 일본어 통역 자원봉사를 해온 임주현씨(74)는 대회기간의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임씨는 전립선 암으로 몇년째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가 돼서야 퇴근하는 강행군을 보름넘게 해왔다. 그러나 그는 "몸이 불편한 것은 활동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가 자원봉사 활동에 지원한 동기는 간단하다. "비록 나이는 많지만 부산에서 처음 치러지는 국제대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 일본어 통역 자원봉사를 지원했습니다." 일제시대때 학교에서 배운 그의 일본어 실력은 일본어자격시험 1급을 획득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월남전 참전당시 익힌 영어 실력도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다. "경기장 관리나 교통 정리 등 나보다 더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거기 비하면 나는 편하게 일하는 거죠." 그는 "얼마 전 과로로 사망한 자원봉사자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자원봉사활동을 하다 생긴 사고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도의적인 차원에서 보상을 해줬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임씨의 눈에 비친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은 성공적이다.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지방에서 처음 치르는 국제대회 치고는 그런대로 무난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대회가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끝까지 최선을 다해 활동해야 한다"며 배구경기장쪽으로 사라졌다. 부산=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