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북한 응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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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시안게임의 최고스타는 2백80여명의 미녀들로 구성된 북한응원단인 것 같다.
각종 응원도구를 이용한 다채로운 율동과 흥겨운 노랫가락은 물론이고 취주악단의 연주 등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북한응원단이 가는 곳에는 우리 팀 경기와 관계없이 관객들이 들어 차 "인기종목은 없어도 인기팀은 있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가 됐다.
여대생과 20대 여성예술인으로 구성된 응원단은 하나같이 서구적인 이목구비에 하얀 피부와 짙은 눈썹,붉은 입술을 하고 있다.
이 '북녀(北女)'들에 빠져 '아저씨 부대'가 생겼는가 하면 응원단 리더인 리유경의 경우는 팬클럽사이트가 개설돼 벌써 수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한다.
지난 8·15통일축전 때 수려한 미모로 화제를 모았던 리성애와 같은 '북녀신드롬'이다.
당초 북한이 아시안게임에 참석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인공기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참전세대가 엄연히 존재하고 끊임없이 도발의 위협에 시달리던 우리 현실에서 인공기의 등장은 충격으로 받아들일 만했다.
게다가 북한이 젊은 여성들로 구성된 응원단을 보낸다는 통고에 그 저의를 의심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미묘한 상황속에서 큰 저항없이 행사가 마무리돼 가는 것은 어쨌든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시민들은 오히려 응원단을 접하면서 북측 주민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경기장에서 또는 거리공연에서 응원단을 만나면 진한 민족애와 함께 '우리는 역시 하나'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털어 놓기까지 한다.
응원단을 싣고 온 '만경봉92'가 정박 중인 다대포항 역시 시민들이 매일 찾아와 관광명소처럼 붐비고 있다고 하니 반감은 별로 없는 듯 하다.
북한응원단은 18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내일 북한으로 돌아간다.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이들 앞에는 '꾸미지 않은 미녀'라거나 '빼어난 미모'라고 하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 다녔다.
아직 해결해야 할 남북문제가 산적한 마당에,북한응원단의 겉모습만을 보며 자칫 "아름다운 것이 선한 것"이라는 착각에 빠질까 걱정스럽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