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니아] 김덕중 <페어차일드코리아 사장>..전자기타로 헤비메탈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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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메탈이 앰프에서 쾅쾅 울려나오는게 전자기타의 매력이죠.모든 스트레스가 단숨에 날아갑니다."
김덕중 페어차일드코리아 사장(50)은 소년시절 락커(Rocker)를 꿈꿨다.
1960년대 후반 고등학생이던 그는 청계천시장을 뒤져 당시로서는 구경하기조차 쉽지 않던 중고 전자기타를 구했다.
그리고 장발머리를 휘날리며 전자기타를 맘껏 칠 수 있는 대학시절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1970년 그가 서울대 재료공학과에 입학하자마자 정부의 퇴폐단속이 시작됐다.
그는 대학내 그룹사운드에 가입할 기회조차 빼앗기고 장발의 곱슬머리마저 몇차례 가위질 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김 사장은 클래식기타로 "전향"했다.
대학내 클래식기타모임인 "화현회"에 가입해 공부보다는 기타에 매달렸다.
"대학 축제때마다 초청을 받고 단독공연도 했는데 인기가 끝내줬죠.검은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연주하는 내 모습에 반한 여대생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이때가 가장 화려했던 나의 전성기였습니다"
요즘 김덕중 사장은 매주말 전자기타를 잡는다.
지난 98년 페어차일드코리아를 맡은 이후 신경써야 하는 복잡한 일이 많아지자 다시 전자기타에 매달리게 된 것.
많은 시간 들이지 않고 스트레스 풀기엔 전자기타가 제격이란다.
클래식기타에 통달한 덕분에 전자기타 실력도 "옛날 실력이 안나온다"고 하지만 여전히 프로수준이다.
"같은 일을 계속하면 능률이 안오르죠.일 할땐 일을 하고 쉴 때는 쉽니다"
그는 기타뿐 아니라 뭐든지 했다고 하면 마니아다.
골프실력은 싱글수준이다.
페어차일드코리아가 삼성전자에 속해 있을 때는 서울대 공대 동기동창인 진대제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과 사내 골프 1~2위를 다퉜다.
스키도 "맨 꼭대기에서 타고 내려오는 수준"이다.
"한 번 하면 화끈하게 합니다.그렇지 않으면 아예 손도 대지 않죠"
클래식기타도 너무 "화끈"하게 한 탓에 대학시절 주변에선 스페인으로 유학가서 아예 세계적인 기타리스트가 되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다.
공부도 마찬가지여서 미국 UC버클리대에서 화끈하게 공부해 전자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또 남이 안하는 것,어려운 것을 하기를 좋아한다.
클래식기타도 너무 까다로와서 사람들이 연주하기를 꺼리는 파가니니와 바하의 곡을 즐긴다.
대학시절에는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곡들만 연주하느라 뭐든지 그의 공연때는 "국내 최초 연주"라는 타이틀이 항상 붙어다녔다.
그가 전력용반도체를 전공하게 된 것도 남들이 안하는 것을 찾은 결과였다.
그렇다고 독불장군은 아니다.
중년의 나이에도 사내 축제에서는 항상 20대가 부르는 신곡을 댄스와 곁들여 흥을 돋운다.
재작년 봄 실리콘축제 때는 이정현의 "와"와 코요테의 "순정"을 여직원들의 백댄스 속에서 열창했다.
"나만 좋으면 뭐합니까 남들도 같이 좋아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는 임직원들과 그룹사운드를 만들어 이번 겨울 "반도체인의 밤"행사에 참여할 계획이다.
임원중에서는 최양오 부사장이 색스폰을 불겠다고 자청했다.
"기왕하는 것 잘했다는 소리 들어야지요.인사치레로 끼어서 하려면 안할 겁니다"
글=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