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맨파워 시대] 주말이 더 바쁘다 .. 은행원 자격증 취득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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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영동지점의 김동부 차장(41)은 주말이 더 바쁘다.
주말마다 온종일 학원수업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도서관으로 향한다.
동료 25명과 함께 지난 2월부터 준비해온 CFP(국제공인 재무설계사) 시험이 이달 중순으로 바짝 다가왔다.
김 차장은 "이미 FP(종합자산관리사) 공인중개사 등 자격증을 6개 땄지만 평생 공부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또다른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원들 사이에 자격증 취득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은행=평생 직장"이란 등식이 깨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최근들어선 "검증된" 은행원들을 고액연봉으로 스카우트하는 관행이 정착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은행원들이 특히 관심을 많이 갖는 자격증은 CFA(국제재무분석사) FRM(재무위험관리사) FP(종합자산관리사) 등이다.
특히 CFA 응시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한국에서만 약 5천명 이상이 CFA 시험에 응시했다.
지난해 상반기 최고인기를 끌던 FP 자격증은 그 열기가 한풀 꺽인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 번 시험에 8천여명이 몰릴 정도다.
부동산붐이 일면서 공인중개사를 따려는 은행원들도 크게 늘었다.
특히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퇴직 후에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되고 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 2백42명,기업은행 76명,조흥은행 57명,외환은행 36명 등이 이 자격증을 땄다.
내년 8월부터 방카슈랑스(은행.보험 겸업)가 본격 도입됨에 따라 보험대리점 자격증을 미리 따놓자는 은행원도 늘고 있다.
방카슈랑스 시대에는 보험대리점 자격증이 은행원의 필수 구비요건이 될 것이란 인식 때문이다.
우리은행 행원중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대리점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각각 8백50명과 7백명으로 모두 1천2백여명에 달한다.
현재 3백50명 정도는 AIG생명 흥국생명 에이스화재 삼성화재 등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신한은행에서는 2백20명이 생보대리점 자격증을 갖고 있으며 한미은행에서는 생.손보를 합쳐 4백명이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다.
조흥은행 인력개발부의 김대중 차장은 "은행원들의 자격증에 대한 관심은 금융권의 구조조정 여파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면서 "은행으로선 당연히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인력양성 차원에서 직원들의 각종 시험준비를 뒷바라지하고 있다.
학원비를 지원해주는가 하면 전문강사를 초빙,연수원에서 집합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부터 공인회계사 외환관리사 등 업무 연관성이 높은 26개 자격증을 선정,학원 수강료와 응시료 등 취득시 들인 비용을 전액 지원해주고 있다.
국민은행도 이달부터 "공인자격증 취득 지원제도"를 통해 국내외 40개 자격증을 취득하는 직원에게 최고 2백만원까지 보조해준다.
또 은행 온라인망에 "자격증정보 상시제공 시스템"을 설치,운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말까지 미국 미시간대,서울대,카이스트 등의 MBA(경영학석사) 과정에 50명을 파견하고 투자금융 인터넷뱅킹 등 전문인력 양성과정에 약 3천명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2천8백명 수준인 자격증 보유인력을 연말까지 6천명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도 온라인 교육프로그램인 "하나 사이버학당"을 통해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유도하고 있다.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각종 연수과정을 이수한 직원에게 학점을 부여,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정규직원 3천4백여명 가운데 1천5백여명이 금융자격증을 갖고 있다.
서울은행은 자격증을 활용도 등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하고 행내외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학원수강을 원하는 직원에게는 수강료의 50% 이상을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현재 2백명인 FP인력을 연말까지 5백명으로 늘린다는 방침 아래 연수기회를 늘리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다 주5일 근무제 실시로 은행원들이 자격증 취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우수인력이 은행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마다 지원제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