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맨파워 시대] 차세대 리더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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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신입 행원 전원에게 해외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딸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지난 7월 이렇게 말했을 때 일부에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신입 행원들에게 MBA라고... 국민은행이 돈좀 번다고 사치를 부린다."
그러나 금융계에선 이를 사치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금융경쟁력은 사람이다'라는 화두에 많은 금융인들이 공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회사들이 '사람 키우기'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직원들에 대한 교육투자비를 앞다퉈 늘리고 핵심 인재를 양성하는데 팔을 걷어붙인 것.
실제 은행들은 올해 직원 교육연수 예산을 작년에 비해 2~3배씩 늘려 교육기회를 확대했다.
우리은행 등은 신입사원때부터 5~10%의 핵심 인재를 추려 철저한 경력관리와 교육을 통해 차세대 경영자로 키우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은행들이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시작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지난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은 구조조정과 선진 시스템 도입에 온 힘을 집중했다. 생존을 위해 사람을 자르고 부실자산을 털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동시에 사외이사제 사업본부제 등 선진 경영제도를 정착시킨 것 등이 그렇다. 이를 통해 은행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그릇'을 어느정도 갖췄다. 이젠 그릇 안에 채울 사람에 신경쓰기 시작한 것이다."(국민은행 최범수 부행장)
구조조정의 긴 터널을 지나온 한국의 금융사들이 이제 '결국 사람이다'라는 원론적인 화두에 봉착해 새로운 생존 방정식을 풀고 있다는 얘기다.
교육투자 확대 =올해 국내 은행들의 예산 지출계획중 작년에 비해 가장 크게 금액이 늘어난 항목은 단연 교육연수비다.
국민은행은 직원 교육훈련비를 지난해 1백69억원에서 5백억원으로 증액했다.
무려 3배나 늘린 것.
이에 따라 직원 한사람에게 올해 투입되는 교육예산은 2백65만원.
국내 상위 대기업 수준이다.
이는 "국민은행의 직원 1인당 교육비를 국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라"는 김정태 행장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조흥은행도 지난해 45억원 수준이던 교육투자비를 올해 1백20억원으로 늘렸다.
1인당 교육비는 같은기간중 69만원에서 1백83만원으로 올라갔다.
지난 3월 취임한 홍석주 행장이 '인재 경영'을 외치며 교육투자비 증액을 지시한 것.
홍 행장은 그동안 운영지원본부 산하에 있던 연수원을 행장 직속기구로 옮겨 힘을 실어 주기도 했다.
이밖에 우리은행도 직원 1인당 교육비를 지난해 92만원에서 올해 1백71만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렸고, 같은 기간중 신한은행(1백12만원->1백55만원)과 하나은행(1백48만원->1백56만원)도 교육비를 증액했다.
키워드는 '핵심 인재' =은행들의 사람에 대한 투자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핵심 인재' 육성이다.
일반 직원들의 전문성 향상과 자기계발 노력에 대한 지원은 기본이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은행을 이끌어 나갈 핵심 인재를 키워내 은행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짊어지도록 한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각 은행들이 국내외 비즈니스 스쿨의 MBA 과정에 직원들을 경쟁적으로 내보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직원 교육연수의 궤도를 핵심 인재육성에 맞추기 시작했다.
이 은행은 구체적인 핵심 인재 육성방안을 올 연말까지 만들어 내년부터 적극 추진할 생각이다.
이 방안의 골자는 신입행원 대리급 중간관리자 고참관리자 등 그룹별 및 직무별로 전체 인원의 5~10%를 비밀리에 선발해 핵심 인재로 육성한다는 것.
이들에겐 핵심 부서에 두루 근무할 수 있는 인사상 혜택을 주고 교육연수 기회도 최우선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박영호 부행장(인력개발본부장)은 "장치산업과 달리 금융산업에서의 승부는 사람의 역량에서 나온다"며 "그 중에서도 핵심 인재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교육연수의 초점을 직무연수 위주에서 직원들의 역량(Competency)을 키우는 쪽으로 맞추고 있다.
조흥은행과 외환은행도 교육연수의 목표로 각각 '최고의 핵심 역량을 갖춘 프로인재 육성'과 '핵심 역량을 갖춘 금융전문가 양성' 등을 내세운다.
한 은행 임원은 "대부분 은행들의 인재육성 목표는 그 은행 출신이라면 다른 회사에서 서로 끌어 가려고 하는 사람들로 은행을 채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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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별 인재육성 프로그램 ]
KB 국민은행 - 새로운 리더십과 전문성 제고
.대학원 등록금 50% 지원
.국내외 MBA 과정에 70명 연수
.고유 리더십연수과정 개발 중
우리은행 - 핵심 인재육성전략으로 전환
.전체 인력중 5~10% 선발 집중 육성
.부문별 전문가 양성
.자격증 취득 교육비 전액 지원
신한은행 - 직원들의 핵심역량강화에 초점
.리더십, 세일즈, 기획력 등 핵심역량 집중 교육
.국내외 MBA 지원
.직무교육은 사이버 교육화
하나은행 - 네트워크조직에 부합하는 인재육성
.신입직원, 해외금융기관 벤치마킹 연수
.국내외 MBA 지원
.서번트(Servant) 리더십 교육
CHB 조흥은행 - 최고의 핵심역량을 갖춘 프로인재 육성
.CHB 인재개발스쿨 운영
.종합 마케팅 스킬 교육
.지식마일리지제도 운영
외환은행 - 핵심역량 갖춘 금융전문가 양성
.리더십과 팀워크 중시
.자기주도형 경력개발 지원
.문제해결형 현장중시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