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 이언그룹 대표 > 삼성 LG 등 대기업그룹이 '허리띠는 졸라매되 투자는 늘리는' 것을 골자로 내년 사업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새해가 두달여 밖에 남지 않았으니 이른 편도 아니다. 중소기업 중엔 '내년' 걱정할 형편이 못되는 회사들도 적지 않지만 어쨌든 사업계획은 짜야 한다. 연간 사업계획은 직원들에겐 행동목표요 활동 지침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언그룹 박찬구 대표(40)는 "사업계획은 1년짜리로 농축된 중장기 비전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장기 비전 달성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짜는 업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 "연간 계획은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비전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어요.그건 중장기 비전의 핵심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지요.매년 작성하는 사업계획은 중장기 전략의 구체적 실천 전술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에 더 가까이 있는 실무진과 큰 변화를 관조해야 하는 최고경영진이 숫자와 사실을 갖고 토론하는 일이 많아야 한다"고. 그는 그러나 "실무진이 내놓은 안이 무시되고 최고경영진이 던지는 무리한 목표가 채택되는 일이 훨씬 더 많다"고 꼬집었다. 그런 일이 잦다보니 실무자들도 회사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적은 거시지표에 더 관심을 쏟게 된다는 것. "미국 경기가 내년에도 최대 변수가 될 것이란 건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그러나 경제연구소 등이 내놓는 거시 예측보고서만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자기 회사에 관계된 여러 요인들을 꼼꼼하게 따져 나름의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작업이 더 중요합니다." 박 대표는 예를 들어 △미국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원료값은 얼마나 오를지 △심리적 영향 때문에 우리 고객들의 소비 수요는 줄지 않을지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훌륭한 사업계획 밑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제일합섬과 삼성경제연구소를 거쳐 ADL과 시그마날리지그룹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뒤 2000년 전략 수립 및 실행지원 컨설팅업체인 이언그룹을 세웠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