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허브가 되기 위해선 정부 R&D 사업에 외국기업이 대거 참여해야 한다. 한국이 주도하는 국가간 공동연구 프로젝트도 갖춰야 한다. 외국기업들과의 공동연구가 가능한 국제 R&D센터로 거듭나지 않고는 허브가 될수 없다. 기술강국들은 하나같이 이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미국과 일본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84년부터 회원국간 공동연구개발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미국도 90년대 이후 선진국과의 협력체제를 통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도 정부 주도로 프랑스에 설치한 사무국을 활용, 휴먼프론티어 사이언스 프로그램(HFSP)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내놓을 만한 국가간 공동연구 프로그램이 아직까지는 없다.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R&D 프로그램의 정비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 R&D 사업이 너무 폐쇄적이다 =올해 정부연구개발예산은 4조9천5백56억원으로 전체의 4.7%에 이른다. 그러나 국가연구개발사업 프로젝트를 따낸 외국 투자기업은 환경친화형 반응성 분산염료업체인 엠도흐멘코리아와 소형초정밀 베어링시스템업체인 FAG한화베어링 등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는 연구개발 관련 정부지원이나 각종 혜택이 국내기업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외국기업 관계자는 "외국기업의 특성상 정부가 제대로 지원만 해준다면 부가가치가 크고 세계 일류인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며 "모기업은 한국내 연구개발 여건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협력을 위한 국제공동연구개발사업도 외국기업들이 찬밥대접을 받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선진국의 우수기술을 배우기 위해 지난 90년부터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60억원을 투입하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산업기술개발출연사업비 3천7백11억원의 1.6%에 불과하다.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의 과제당 평균지원규모도 1억원에 불과했다. 외국의 과학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과학기술부의 국제공동연구개발사업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사업에는 지난 85년부터 20001년까지 1천5백90개 과제에 9백1억원이 투입됐다. 지난해엔 1백54개 과제에 1백5억원이 지원됐다. 과제당 겨우 6천8백만원이 들어간 셈이다. 국제공동연구개발사업이 이처럼 부진한 이유로는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다. 내국인으로 제한된 사업주체 문제가 우선 지적된다. 연구개발 지원규모도 턱없이 부족했다. 해외에서 연구개발사업 파트너를 물색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관련기관에서 보안상의 이유로 외국인을 꺼리는 점도 걸림돌의 하나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2001년 4월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외국인과 기관이 연구책임자로 참여하는 것을 허용했다. 그러나 보건의료기술진흥법과 환경기술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산업기술기반조성에 관한 법률 등에는 아직까지 외국인 참여에 대한 규정이 없다. ◆ 외국기업과 한국기업간 공동 연구 부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과 한국기업간 공동 연구가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공동연구 파트너로는 외국의 모기업이 평균 4.18점(척도 1∼5)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 기업은 3.26점, 한국 연구기관은 3.23점에 그쳤다. 소프트웨어부문의 경우 한국 연구기관이 4.7점으로 해외 모기업(4.4점)을 앞질렀으며 금속부문도 4.5점으로 역시 해외 모기업(4.4점)보다 높았다. 그러나 핵심기술 개발은 여전히 자체 연구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조사 결과 국내에 있는 외국기업 연구소 1백22개소중 70.2%가 독자적으로 핵심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1%는 모기업과 협력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 연구소나 대학과 협력 연구를 하는 곳은 5.3%에 그쳤다. ◆ 국내 R&D 투자서 외국비중 낮다 =지난해 한국의 연구개발 투자는 16조1천1백5억원.이중 민간 비중이 74%이며 정부.공공부문은 25.6%에 불과했다. 외국의 비중은 겨우 0.5%에 그쳤다. 이에 비해 영국의 경우 2000년에 전체연구개발 투자중 외국의 비중이 17.6%에 달했으며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7%, 2.1%였다. 1인당 R&D 지출도 4백3달러(2000년 기준)로 세계 평균 5백35달러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미국 프랑스 등 G7국가의 1인당 평균 지출액(7백30달러)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다. 미국 과학재단(NSF)이 지난 99년도 주요 선진국의 연구개발지출에서 차지하는 외국기업 비중을 조사한 결과 영국이 22%로 가장 높았고 캐나다가 21.3%로 그 뒤를 이었다. 미국은 15.2%, 이탈리아는 8.2%였다. 박용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연구개발 프로그램은 빠른 속도로 확대돼 왔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크게 미흡했다"며 "대학과 공공 연구기관은 물론 대기업과 외국인 기업연구소 등 연구개발 주체간 협력이 부족하고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제때에 개발하는 피드백과정도 원활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최승욱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산업자원부.산업기술평가원.삼성.LG.포스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