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용시간 월평균 19시간20분,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 7백81만명.'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부상중인 한국의 지난해 인터넷 사용 현황이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는 전체 국민의 절반에 달하는 2천4백38만명에 이른다. 총가구 대비 초고속 인터넷 접속률은 55.2%다. 미국(13.1%) 일본(6.3%) 독일(2.7%) 등 선진국을 앞도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연구소인 EIU는 최근 한국의 IT 인프라가 향후 5년 내에 전세계 최고 수준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급속한 IT산업 성장에도 불구하고 정보화의 생산성 기여율은 연간 0.3%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산업 현장의 활용도가 매우 낮다는 얘기다. 잘 닦여져 있는 인프라를 기업들이 산업 전반에 어떻게 접목해 나가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 인프라는 세계 최고, 산업 활용도는 낙제점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인터넷 호스트(임대용 서버) 수는 인구 1천명당 13.5대 수준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최하위다. 미국(2백34대)의 10분의 1에도 못미쳤다. 웹사이트 수도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15∼27% 수준이다. 전자상거래의 핵심 인프라 가운데 하나인 보안 서버는 인구 1천명당 0.05개로 미국(2.4개)과 비교하기조차 어렵다. 또 인터넷 사용자가 산업 중추 인력인 30∼40대보다 10∼20대에 편중된 탓에 업무 현장에서의 접속률이 미국(37%)의 절반을 밑도는 16%선에 머물고 있다. 이용 목적도 전자상거래와 조사연구 서신.정보교환 등 생산적 용도보다는 오락 게임 등 놀이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미국의 인터넷 이용자 가운데 39%가 전자상거래를 통해 물건을 산 경험이 있지만 한국은 28%에 불과한 상황이다. ◆ 디지털 경영환경 구축 시급 e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아날로그식 규제를 혁파하는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각종 거래와 관청 업무에서 의무화하고 있는 본인 대면 확인을 비롯 종이서류 제출과 인감 날인 등이 대표적인 개선 과제다. 일본은 지난 2000년 11월 IT서면일괄법을 제정, 민.관에서 사용 중인 종이서류를 전자문서로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현재 40여개가 난립하는 전자상거래 관련 법률과 복잡한 세제 지원체계를 통폐합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또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권을 온라인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상업장부와 공고제도도 전자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효성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같은 업종이라도 오프라인 신용카드 가맹점보다 온라인 가맹점에 더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등 전자상거래를 역차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먼저 뜯어고쳐야 기업의 e비즈니스화가 촉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 [ 공동기획 : 전경련 대한상의 무역협회 중소기협중앙회 경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