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인삼공사 민영화팀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리츠칼튼 호텔에 여장을 푼 지난 8일(현지시간).이 날은 마침 샌프란시스코에서 열흘간 계속돼 온 맑은 날씨의 '인디안 서머'가 끝나고 안개 낀 궂은 날씨가 시작된 때였다. 날씨 때문이었을까. 정부와 담배인삼공사,주간사 관계자 등 40여명으로 구성된 민영화팀에 이후 일정은 그리 순조롭게 풀리지 않았다. 다음날인 9일 뉴욕의 다우존스 지수는 5년래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이 영향으로 같은 날(한국시간 10일) 서울 증시는 5.8% 폭락했다. 담배인삼공사 주가는 1만7천원에서 1만5천8백50원으로 1천1백50원(6.7%)이 빠졌다. 열흘여 동안 아시아 유럽 미국을 돌면서 괜찮은 시장 반응을 확인했던 민영화팀에는 '청천벽력'같은 사태였다. 정부는 하는 수 없이 당초 9일 끝내려던 DR(주식예탁증서)발행 가격 결정을 하루 늦췄다. 갑작스런 폭락장세를 기준으로 지분을 매각하기엔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민영화팀은 이 때부터 80여개 해외 기관투자가들과의 '피말리는' 전화 협상에 들어갔다. 날을 새워 얻어낸 결과(매각가격)는 전날 종가보다 1백원(0.8%) 오른 1만5천9백50원.정부는 어려운 시장 상황속에서 할증발행을 한 것은 앞으로 한국물 해외매각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자평했다. 그러나 밤을 새워 득만 챙겼을까. 그렇지 않다. 매각가격이 1백원 올라가는 동안 많은 투자자들이 협상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 바람에 매각 대상지분 30%(1억달러어치)는 매입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담배인삼공사가 나중에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자사주 형태로 매입,처리키로 했다. 매각지분(1천8백23만주) 대금을 18억여원 더 받기 위해 차입금(1억달러·약 1천3백억원)의 연 이자 5%(약 65억원)를 더 물게 된 것이다. 물론 민영화를 예정대로 추진해 얻은 정부의 신뢰도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다는 얘기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정부가 말하듯 시장은 정부가 맘먹고 밤만 새우면'1백원 할증발행'을 할수 있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항상 챙긴 명분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잊거나 숨기지 않았으면 한다. 샌프란시스코=박수진 경제부 정책팀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