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칠레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른 모양이다.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그동안 FTA 교섭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시장접근 부문에서 두 나라가 거의 의견접근을 이뤘다고 한다. 양국간 교역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데다 우리가 냉장고 세탁기 폴리에스터 등 일부 공산품을,칠레측이 사과 배 등 주요 농산물을 각각 관세철폐 예외품목으로 인정함으로써 FTA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무역의존도가 높고 수출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우리 처지에선 사상 첫 FTA 체결이 갖는 의미를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된다고 본다. 수출환경이 악화되고 있고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하지만 교역규모나 경제적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우리의 관심은 역시 한·일 FTA 논의에 쏠릴 수밖에 없다. 한·일 두 나라는 민간차원의 연구를 거쳐 올 3월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기업 정부 학계가 모두 참여하는 공동연구회를 발족하기로 합의한 뒤,지금까지 두차례 회의를 갖고 관세·비관세장벽 철폐,서비스교역 자유화,직접투자 확대 등에 대해 논의해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 농산물 수출에 대한 일본의 관세철폐,일본측의 비관세 장벽 완화 등이 주요 쟁점으로 꼽히고 있는데 아직까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과의 교역에서 막대한 무역수지적자가 누적돼 있는 마당에 FTA를 체결할 경우 적자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우리 내부에 적지않은 게 사실이다. 일본과 멕시코가 이달말에 FTA 협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도되자,한·일 FTA 타결에 앞서 우리도 멕시코와 FTA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FTA가 우리경제에 미칠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선 당장 체결건수를 늘리는데만 급급해선 결코 안될 것이다. 그보다는 우리 정부가 지난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 회의에서 제안한 바 있는 한·중·일 FTA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국간 교역상품의 강한 보완관계,역내 경제권에 미치는 영향력,동북아 물류중심국가를 지향하는 우리 입장 등을 감안해도 그렇다. 중국과 일본의 ASEAN과 경쟁적으로 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움직임을 직시하고 동북아 3국이 윈-윈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