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10월16일과 17일은 초겨울과 같은 날씨였다.
대륙성 고기압 영향으로 찬바람이 세게 불면서 중부·남부 내륙 지방에선 수은주가 뚝 떨어졌다.
이날 아침 제천이 영하 4.3도, 대관령은 영하 4.1도, 철원이 영하 3.2도를 기록했다.
광주에선 평년보다 24일이나 일찍 첫얼음이 얼었다.
첼레스타의 영롱한 소리에 맞춰 클라라 역의 발레리나 이유림(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이 가볍게 스텝을 밟았다. 다른 무용수보다 보폭이 큰 덕분에 이어지는 동작이 더 아름답고 당당해 보였다. 작은 디테일이 달랐던 그의 춤 덕에 수도없이 봤던 '호두까기 인형'이 새로웠다. 호두까기 왕자 임선우(드미 솔리스트)도 부상을 딛고 훨훨 날았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1세대 빌리로 이름을 알렸던 소년은 어느새 관객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발레리노로 성장한 모습이었다.호두까기 인형은 표트르 차이콥스키가 작곡하고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의 발레마스터였던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와 대본을 담당했으며 프티파의 건강이 악화된 뒤 제2 발레마스터였던 레프 이바노프가 안무를 완성한 작품이다. 초연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으나, 오늘날 매년 연말이면 세계에서 공연되는 연말 스테디 셀러가 됐다.그래서인지 아이러니하게도 발레 공연을 많이 접한 사람이라면 '호두까기 인형'으로 감동을 크게 받기란 쉽지 않다. 매년 똑같은 음악과 똑같은 춤, 드라마 요소가 적은 플롯 때문인지 저평가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선입견과 달리, 지난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이유림과 임선우라는 발레단 기대주들의 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자리였다. 예전부터 두 사람은 춤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파트너로 서는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서울 무대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날, 마침 눈이 내렸다. 무대 위 두 사람은 동화 속 인물들처럼 팔랑거렸다. 1막 후반부 눈송이들 사이에서, 2막 꽃잎들 사이에
예술과 기술은 끊임없이 서로를 탐해왔다. 인간의 창의성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의 정수인 예술을 담아내는 그릇은 늘 동시대 첨단기술로 빚어졌다. 과학과 기술의 영역에 있던 사진과 영상이 20세기를 거쳐 ‘일상 너머 이상을 찍는’ 예술로 받아들여지고, 21세기 들어선 인공지능(AI)이 새롭게 예술의 영역에 자리 잡는 모습은 이런 예술과 기술의 불가분성을 보여준다. 예술과 기술은 어쩌면 서로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존재라 할 수 있는 셈이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융합해 만들어진 ‘작품’이나 ‘상품’은 때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단초가 된다. 그러려면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던 예술가가 밖으로 나와 기술을 실험하고, 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장(場)이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해부터 역점사업으로 ‘아트코리아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술가들이 창업한 초기 예술기업을 대상으로 AI 같은 첨단기술을 접목한 창·제작 실험부터 시연·유통, 투자유치에 이르기까지 창업주기 전반을 종합 지원하는 플랫폼이다.“예술기업과 파트너십, 새로운 사업기회 엿봤다”올해도 아트코리아랩을 통해 “예술가들이 새로운 사업적 인사이트를 창출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지난 9일 서울 중학동 아트코리아랩에는 아모레퍼시픽재단, 교보문고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7개 선도기업 관계자들이 초청된 자리에서다. 10개의 예술기업과 함께 올해 하반기 동안 예술과 기술의 융합협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일구는 ‘아트코리아랩 기술융합 오픈이노베이션’ 성과
예술가로서, 특히 음악인으로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재즈 보컬리스트 토니 베넷이 작고하기 전 치매에 걸려 많은 것이 흐려지던 때에도 불구하고 ‘Fly Me To The Moon’을 아름답게 부르던 모습이 생각난다.시간이 흐르고 몸은 지쳐갈지언정, 음악을 평생의 숙명으로 이어오던 이들은 음악으로서 어쩔 수 없는 영생을 누린다. 그들에게 있어 늙은 것이 추하다는 것은 그저 머나먼 이야기. 그만이 사랑하는 음을 좇고, 최선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손과 몸과 얼굴에는 반짝이는 생기가 가득할 뿐이다.지난 11월 24일 오후 5시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리 릿나워(Lee Ritenour) & 데이브 그루신(Dave Grusin) & 이반 린스(Ivan Lins)의 내한 공연이 진행되었다. 리 릿나워와 데이브 그루신 두 사람의 내한 공연은 몇 차례 진행된 바 있으나, 이반 린스와 함께 방한하는 것은 처음인데다 특히 브라질 사운드를 제대로 구현해낼 현지 뮤지션들이 세션으로 함께 하여 퓨전 재즈뿐 아니라 브라질 음악 애호가들의 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리 릿나워는 1952년생, 현재 72세로서 기타 영재로 주목을 받았던 10대 때부터 지금껏 음악 활동을 활발히 이어 오고 있다. 스틸리 댄, 스탠리 클락, 핑크 플로이드, 스티비 원더 등 유명 뮤지션들의 세션으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재즈를 기반으로 한 라틴, 브라질 퓨전 재즈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깔끔하고 팝적인 음악 스타일을 지향하면서도 시적이고 단정한 솔로 연주가 큰 특징으로 여겨진다.그와 오랜 세월 함께 음악을 이어온 데이브 그루신은 1934년생으로 연세가 무려 90세 달하는 거장이다. 재즈와 영화 음악 작곡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