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우려가 전세계에 고조되고 있다. 이미 디플레에 빠진 일본은 물론 미국과 독일 등 유럽에서도 디플레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디플레는 소비부진 및 생산과잉으로 물가하락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신호(18일자)에서 "세계경제가 디플레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비즈니스위크지도 최신호(21일자)에서 "디플레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고 동조했다. 미·영의 양대 경제주간지가 경제현상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기는 극히 드문 일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많은 현 상황에서 디플레는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은 4년째 소비감소로 물가가 하락하면서 장기불황에 빠져있고,독일과 미국에서도 과잉설비하의 소비위축 탓에 공산품가격이 떨어지면서 경기부진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 척도인 GDP디플레이터는 미국의 경우 현재 1.1%로 40년 만의 최저수준이다. 비즈니스위크지는 미국에서 지난 1년간 PC가격 등 공산품가격이 주로 떨어졌으나,최근에는 전화요금과 항공요금이 하락하는 등 서비스 가격도 내림세를 보이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여기에 미 경제 더블딥(짧은 회복후 재침체)론자인 모건스탠리증권의 스티븐 로치 이코노미스트가 "미 경제가 이미 디플레시대에 진입했으며 일본 같은 장기침체를 겪게될 것"이라고 경고,위기감을 고조시켰다. 경기부진에 따른 소비위축이 디플레 우려의 핵심이다. 무엇보다 지난 9월 미국의 소매판매가 1.2% 감소,디플레우려가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공급과잉도 디플레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파이스턴 이코노믹리뷰(FEER)지는 최근호(17일)를 통해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산 저가상품의 확산으로 세계 디플레우려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다국적기업들의 중국투자 확대로 중국상품이 기술경쟁력까지 갖춤으로써 중국발 디플레압력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디플레가 되면 '물가하락-기업수익악화-기업투자축소 및 감원-소비위축-경기침체'의 악순환이 전개된다. 30년대 대공황이 이 케이스였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