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납치돼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일본인 5명이 15일 일시 귀국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준비한 전세기 편으로 평양을 출발,이날 오후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해 가족들과 24년 만에 재회했다. 5명은 도쿄 시내 호텔에서 가족들과 이틀간 지낸 후 17일 각자의 고향을 방문한다. 일본에서 1∼2주일 머물 예정이다. 일시 귀국자는 지난 78년 북한에 납치된 후 현지에서 각각 결혼한 부부 2쌍과 전 미군 병사와 결혼한 것으로 확인된 소가 히토미씨(43·여) 등이다. ○…일본 열도는 이날 24년만에 실현된 납치생존자 5명의 일시 귀국소식에 만감이 교차하는 분위기였다. 모처럼 돌아온 납치희생자들에 대한 반가움과 동시에 그들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NHK 방송은 물론 니혼TV 등 민영방송들은 정규방송을 중단한 채 오후 2시20분께 생존자 5명을 태운 일본 전세기가 공항에 도착하는 장면을 생중계했다. ○…납치 생존자들과 가족들은 금방 서로를 알아보고 얼싸안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전혀 어색함 없이 한동안 활주로를 떠날 줄 모르고 대화를 이어갔다. NHK방송의 아나운서는 "납치 생존자들이 24년만에 일본의 공기를 들이마시게 됐다"고 말했다. 고향에서 이들의 도착모습을 지켜보던 옛 이웃과 친구들은 "모친과 너무 닮아 보는 순간 알았다"며 반가워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 숙소에서 열린 일본내 가족들과의 합동 기자회견에서는 2∼3분 남짓 머물다 이내 퇴장했다. 이들은 "정말 만나고 싶었습니다"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등 몇마디 인사말만 건네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일본 정부는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이들 5명과 자녀의 동반 영주귀국을 북한에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이날 이들의 귀국에 대해 "납치문제 해결을 향한 제1보를 내디뎠다"며 "오는 29일 재개될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에서 이 문제를 최우선 현안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