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자리잡은 국제백신연구소(IVI)는 국내에 처음으로 유치된 국제공동연구기관이다. 지난 97년 설립때만 하더라도 동북아 연구개발(R&D) 허브로서 한국의 가능성을 연 모범사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제백신연구소는 여전히 국내의 무관심과 지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겉으로는 국제연구소를 내걸고 있지만 아직 변변한 건물조차 없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서울대 안에 5천평 규모의 연구소를 짓고 입주했어야 한다. 그러나 재원부족으로 공사가 미뤄져 내년 6월께나 입주가 가능하다. 지금은 농생명대학건물 일부를 빌려쓰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제안으로 탄생한 국제백신연구소는 백신분야 최고 연구기관을 목표로 설립됐다. 지난 97년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중국 싱가포르 등을 물리치고 유치에 성공, 관심을 모았다. 유치를 주도했던 박상대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정부의 의지와 우수한 두뇌, 백신분야 R&D 가능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되돌아봤다. 국제백신연구소는 민간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관심을 갖지 않는 후진국형 질병치료 백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박사급 연구원은 45명이며 이 가운데 19명이 미국 중국 인도 등 외국 과학자들이다. 그러나 이 정도 인력으로는 세계적인 연구소로 거듭나기 어렵다. 초기 연구소 설립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당초 노벨상 수상자급 등 외국의 석학들을 유치할 계획이었으나 아직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앞으로 연구원을 2백여명으로 늘리고 이 가운데 60∼70명은 외국 학자로 채울 계획이다. 그러나 이 또한 만만치 않은게 현실이다. 훌륭한 과학자들이 한국에 관심을 가질수 있을 정도로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 못하며 재정적 지원을 받아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국제백신연구소는 최근 '5개년 전략'을 발표하고 오는 2007년까지 세계 최고 백신연구소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