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본격 U턴하는가. 지난주 580선까지 깨졌던 주가가 최근 며칠사이 급반등하면서 시중 자금이 증시주변으로 흘러드는 모습이 완연하다. 일각에선 3백50조원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대이동을 시작했다는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 부동산에서 돈 빠진다 부동산 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조짐은 아파트 가격과 은행 주택담보대출 추이에서 감지된다. 우선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투기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 값은 상승세가 꺾이는 모습이다. 국세청이 지난주 서울 등 수도권 지역 주요 21개 단지의 아파트 값을 조사한 결과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5백만∼3천만원 정도 하락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인 부동산114의 조사에서도 지난주 서울 강남구 아파트 값이 1년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10월5∼11일)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이 전주(9월28일∼10월4일)보다 0.08% 떨어진 것. 부동산가격 급등에 한 원인을 제공했던 은행들의 아파트담보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점도 주목된다. 우리 신한 등 주요 9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이달들어 지난 10일까지 1조1천4백84억원이 늘어나는데 그쳐 지난달 같은 기간(9월1∼10일)중 증가액 1조7천9백74억원 보다 36% 감소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가격 안정 의지가 워낙 강해 앞으로 아파트 값의 추가적인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스마트 머니(smart-money) 주식으로 증시 고객예탁금은 지난 5일 8조1천5백9억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증가하기 시작해 15일엔 8조3천6백억원으로 2천1백억원 가량 늘었다. 그중에도 요즘 주식시장엔 고수익을 좇아 민첩하게 움직이는 '스마트 머니'의 유입이 눈에 띈다. 스마트 머니는 일정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그만큼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공격적인 자금으로 증시 향방에 선행하는게 특징. 작년 9.11테러 직후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5천억원을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삼성증권 황영기 사장이 2억원의 개인 돈을 주식형펀드에 직접 가입한 것도 규모는 작지만 스마트 머니의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자금 대이동의 전조인가 최근 시중 자금의 흐름 변화는 부동산에서 고수익 한계를 느낀 돈들이 새 투자처인 주식시장으로 옮아가는 징조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한국은행 오세만 주식시장팀장은 "좀더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부동산 자금이 증시로 갈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가주택 양도세 인상 등 부동산 투기억제책은 부동산으로부터 돈을 밀어내는 반면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 등 증시대책은 주식시장으로 돈을 밀어 넣는 요인이다. "한국경제가 내년부턴 회복기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성장세를 탈 것"(박승 한은총재)이란 전망이나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이 올 4분기를 바닥으로 내년엔 더 좋아질 것"(SK증권)이란 분석들도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앞으로 이같은 시중자금의 이동이 지속될지 여부는 세계 경제 침체라는 해외 변수와 국내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 여부에 달렸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차병석.박민하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