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투자신탁증권이 예금보험공사로부터 6천3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예금보험금을 받게 됐다. 16일 서울지법 민사23부(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는 지난 99년 대한투자신탁(대한투자신탁증권의 전신)이 은행과 종합금융사들을 자금매개사로 개입시켜 대우그룹에 우회 제공했던 '브리지 론'이 예금보호 대상에 해당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이에 따라 예금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예보가 항소를 포기할 경우 대투증권은 최초 자금매개사로 활용했던 기업은행과 서울은행이 예보로부터 원금 5천3백90억원과 지연이자 6백40억원을 받는 즉시 이를 회수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옛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부칙 제2조 제1항은 예금이 2천만원을 넘을 때 '예금 등'은 예외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대한투신이 두 은행에 자금을 지원해 나라종금의 자기발행어음(자금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어음)을 인수토록 한 뒤, 나라종금이 이 돈을 갖고 회사채 매입 방식으로 대우를 지원케 한 것은 보호 대상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대한투신→기업은행.서울은행→나라종금→대우로 이어진 우회적 자금지원 방식이 탈법적 요소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법 조항에 의하면 대투가 돈을 되돌려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계는 이번 판결로 대투증권이 제기해 놓은 한국종금(1천9백29억원), 삼신올스테이트생명(3백억원), 서울투신운용(1천5백99억원)을 통한 대우그룹 지원자금에 대한 보험금 지급소송도 예보의 패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대우그룹에 대한 지원으로 손실을 발생시킨 금융회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도 예보가 불리한 상황에 처할 전망이다. 예보는 최근 변형 전 한국투자신탁 사장과 김종환 전 대한투자신탁 사장 등을 상대로 해당 회사를 통해 제기했던 대우채권 매입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패소한 바 있다. 예보는 그러나 "국민 혈세로 조성된 공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김태철.김용준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