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응 < 엘테크신뢰경영硏 소장 > 훌륭한 기업은 어떤 곳인가. "일하기에 가장 훌륭한 포천 1백대 기업"의 선정을 주관하고 있는 로버트 레버링 박사는 20년간의 현장연구를 통해 일하기에 훌륭한 기업은 구성원들이 경영진을 신뢰하고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간에 재미있게 일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기서 훌륭한 일터의 가장 중요한 토대는 신뢰다. 상사와 경영진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가 높을 때,회사의 방침에 대한 이해와 협력 그리고 일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진다. 2002년 포천 1백대 기업 1위에 오른 기업은 에드워드존스다. 이 회사 2만5천명의 직원들 중 97%가 경영진이 정직하다고 믿고 있다. 이런 기업에서는 경영진이 급여를 삭감하고 보너스를 축소해도 구성원들은 그런 방침을 바로 이해하고 협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신뢰는 개인과 조직을 하나로 결속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기업에 종사하는 구성원들을 보면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과 일하는 재미가 높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일하기에 가장 훌륭한 기업은 어떤 곳일까. 한국경제신문과 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는 레버링박사와 함께 지난 9개월간 포천 선데이타임즈 유럽연합(EU) 등이 활용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도구와 방법을 적용해 국내 여러 기업을 조사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이번에 선정된 20대 기업은 국내의 일반 기업들보다 대단히 훌륭한 일터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특히 상위에 오른 기업들은 포천 1백대 기업에 버금가는 수준을 보여 우리도 미국과 유럽의 훌륭한 기업들처럼 일하기에 훌륭한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점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이 훌륭한 일터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적 풍토가 다른 나라에서 기업활동을 하면서도 다수 구성원들에게 신뢰와 자부심을 심어주고,일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이들 기업들은 성과주의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에 대한 배려,함께 일하는 방식과 공동체 의식의 증진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기업의 성과는 그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성과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주체인 사람이 기업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기업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사람이라는 최고 경영자의 말이 그럴듯한 수식어로 끝나지 않으려면 먼저 일하기에 훌륭한 일터를 구현해야 한다. 기업이 성과를 달성해가는 과정이 사회적 정당성을 지니려면,그 성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소중하게 대접받는 훌륭한 일터의 구축이 경영의 본질로 인식돼야 한다. 훌륭한 일터의 핵심이 신뢰에 있다고 볼 때,이번에 선정된 "한국의 훌륭한 일터 20대 기업"은 국내 기업의 신뢰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계기요 우리 사회가 신뢰사회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믿는다. kwanlee@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