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공평동 한미은행 본점 빌딩에 입주해 있는 여행사 하나투어.


최근 노인들을 타깃으로 한 실버전용 상품을 내놓으면서부터 직원들이 바빠졌다.


실버 고객들의 여행상품 문의 전화가 부쩍 잦아졌기 때문이다.


이 여행상품은 노인들이 좋아하는 온천관광의 스케줄을 다른 상품보다 늘리거나 웬만큼 먼 거리는 차량으로 이동하게끔 만든 노인 맞춤형 패키지다.


하나투어 고경래 해외사업기획팀 대리는 "여느 상품에 비해 신청자가 평균 3배 이상 많다"며 "노인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노인 전용상품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사회의 핫이슈로 등장한 고령화 쇼크를 '황금 실버산업'으로 연결시키기 해 관련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미래의 성장성과 정부정책 등을 감안, 실버산업의 구체적인 6대 유망분야로 <>시설장기요양서비스 <>보험 <>자산운용서비스 <>건강식품 <>여행 <>노인주택 등을 선정했다.


고령화 사회가 한국경제의 위협요인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버산업이라는 새로운 황금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노인이 강력한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저축과 국민연금제도 실시 등으로 노후 소득을 확보한 고령자가 늘어나는데다 은퇴후 창업과 재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노인들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과거에는 노인에게 필요한 용품을 자녀가 사주는게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노인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직접 물품을 구매하는 소비주체 세력이 되고 있다.


현재 한국 노인의 80% 이상이 주택 통장 연금증서 등의 재산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오는 2010년엔 실버계층이 민간 소비의 11.5%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핵가족화와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 등으로 가족이 노인을 봉양할 수 있는 기능이 약화돼 노인이 점차 실버서비스에 의존하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실버산업 시장규모는 2000년 17조원에서 2005년에는 27조원, 2010년에는 41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현재 일본 수준의 노인복지서비스를 제공하려면 2010년까지 <>유료가정봉사원 6만5천명 <>유료단기보호시설 2만2천개 <>유료주간보호시설 6천4백개 <>유료노인요양시설 5만1천개소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향후 대대적인 노인요양 관련시설의 확충과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급속한 고령화 사회를 경험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지난 2000년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7.2%에 달해 유엔이 규정한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 7% 이상)'에 진입했다.


이런 추세라면 2019년에는 '고령사회(Aged Society, 14% 이상)'에,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 20% 이상)'에 각각 도달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수석연구원은 "고령화 시대의 위협요인을 상쇄시킬 수 있는 실버산업의 육성을 위해 정부와 기업 등이 장기적인 투자에 나서야 할 때"며 "실버산업이 높은 수익을 보장해 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공익성도 큰 만큼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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