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차이나 임팩트] 제2부 : (3) '토착기업으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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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중국 톈진법인은 창원공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주력제품이 에어컨 전자레인지 청소기 등 백색가전으로 창원공장과 거의 유사한데다 창원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상당수 배치돼 있어서다.
LG전자가 톈진공장을 '제3의 창원공장'으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톈진공장의 이같은 모습은 LG전자의 중국진출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을 단순한 생산기지로 활용하는게 아니라 경쟁력을 높여 현지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글로벌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에서 살아 남으면 세계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LG전자가 이를 위해 내건 모토는 '토착 기업화'다.
중국인들에게 '중국을 사랑하는 현지기업'이란 인상을 심어줘 이를 마케팅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지난 한.일 월드컵 때는 중국 서포터즈인 치우미(球迷)를 후원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치를 위해 대장정 행사를 펼치는 등 현지화 마케팅을 통해 중국인과 함께 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LG의 토착화 전략은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는게 현지 경제계의 일반적 평가다.
장쩌민 국가주석이 톈진공장을 방문, '상호이해 상호신뢰 상호이익'이란 내용이 담긴 친필을 남긴게 이를 입증해 준다.
하이얼은 LG를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 업체'라 평가하며 견제를 늦추지 않고 있다.
LG전자가 '토착화'를 중시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중국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던 지난 95년 초 LG전자는 사전 시장점검을 위해 국내에서 반제품을 수입해 조립 판매하는 형태의 '생산 전 판매(pre-marketing)'를 실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당초 중국 시장에서 일본 업체나 다국적 브랜드들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하고 계획을 세웠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경쟁 상대는 수많은 로컬 메이커들이었다.(톈진 공장 권택률 부장)
결국 LG전자는 대중국 전략을 대수술해야 했다.
'로컬 업체와의 전면전'을 선언하고 '바이폴라(Bipolar)' 정책을 내세웠다.
도시부터 시골까지, 고소득층부터 일반서민까지 '전방위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제품군도 백색가전부터 최첨단 디지털 제품까지 다양하며 가격대도 최고급 제품부터 알뜰형까지 선보여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같은 노력들이 쌓인 결과 LG전자는 중국 시장에서 연평균 49%의 놀라운 매출 신장을 보이고 있다.
99년 12억달러였던 매출액은 지난해 27억달러로 급증했고 올해는 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회사는 낙관하고 있다.
LG전자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전략 사업인 첨단 디지털 제품에 사활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선양법인의 양정배 법인장은 "중국업체들의 저가공세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아날로그 TV는 많이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라며 "첨단 기술로 무장한 제품을 통해 업계 1위를 점령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을 발판으로 세계 일류 가전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LG의 야심이 주목된다.
톈진=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