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7일 2003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5.3%로 전망했다. 다만 세계 경제의 회복지연과 주요 통화가치의 급변, 유가 급등 가능성이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견조한 상승세 유지와 물가 상승 우려로 금리인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KDI는 지적했다. KDI는 이날 '3/4분기 경제전망' 을 통해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세에 맞춰 수출과 투자의 점진적인 회복이 예상된 한편 민간소비 증가세가 둔화, 내년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5%대 전반)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경제성장률의 경우 1/4분기 6.1%의 성장을 달성한 데 이어 2/4분기 6.3%로 당초 전망을 상회했으나 4/4분기 전망은 소폭 하향조정, 지난 분기의 전망치 6.1%를 유지하기로 했다. KDI는 최근 주식시장 침체, 부동산 가격 급등, 가계대출 확대 등 내부적 위험요인이 부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를 축소하는 한편 외부 위험요인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가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 거시경제지표, 올해보다 축소 = KDI는 민간소비가 최근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증가세를 보인 뒤 다소 위축돼 내년에는 경제성장률을 다소 하회, 4.7%의 증가를 예측했다. 설비투자의 경우 세계경제의 점진적 회복을 타고 증가세가 약간 확대, 연간 8% 내외를 예상했다. 수출과 수입(물량기준)은 각각 세계경제의 회복과 원화가치 상승을 반영, 9.8%, 11.6%의 증가를 예측, 올해보다 증가세가 소폭 둔화됐다. 경상수지는 올해 40억~50억달러(43억달러)에서 급감하며 내년엔 균형 수준에 근접, 3억달러를 전망했다. 금액기준의 수출입은 각각 8%내외, 11%내외의 증가율을 예상, 상품수지 흑자폭은 93억달러에 달했다. KDI는 물가의 경우 임금상승세 지속과 국제원자재가격의 상승 전망으로 올해(2.9%)보다 오름세가 확대된 3.6%를 예상했다. 다만 곡물이외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올해(3.0%)보다 소폭 오른 3.1% 내외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 위험 요인의 상존 = KDI는 미국, 유럽 등의 주가가 큰 폭 하락하는 등 경기회복이 추가로 지연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세계경제의 1%포인트 하락은 우리 경제 성장률을 0.5~1%포인트 하락시킬 것으로 추정했다. KDI는 또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에도 불구, 이를 대신할 경제가 없어 당분간 주요국 환율이 완만하게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에 편중된 국제자본 흐름이 급격히 변화할 가능성이 상존, 이 경우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대로 실물경제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국과 이라크 전쟁 발발 등으로 국제유가가 10% 상승 지속될 경우 한국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폭이 10~15억달러 주는 반면 GDP둔화와 소비자물가 상승폭은 0.1%포인트 내외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 보수적 통화정책 필요 = KDI는 금리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던 전분기와 방향을 바꿨다. 최근까지 성장세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내년 근원물가 상승률이 통화당국의 중기목표(2.5%)를 웃도는 3%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다소 '보수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위험요인이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보수적인 방향으로 금리정책을 운용, 내부 불안요인이 축적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KDI는 지적했다. 또 가계대출의 급속한 증가세와 관련, 건전성 감독 조치의 엄격한 적용여부 점검과 예금보험에 대한 차등보험료율 도입을 권고했다. 재정정책의 경우 최근 수해에 따른 4조1,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이 이미 편성된 상태라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 재정확대는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중립적이거나 다소 긴축적인 재정기조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판단. KDI는 현재 시장가격에 비해 크게 낮은 재산세의 과세표준가격을 빠른 시일내 현실화하는 한편 지나치게 급격한 상태로 편성돼 있는 누진세율은 현실에 맞춰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