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금융사가 연리 60%짜리 상품을 판다는게 말이 됩니까. 남들이 사채업자라고 손가락질 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사채를 쓰는 소비자들로서는 반가워할 겁니다. 회사 인지도를 높이는데도 도움이 되구요." 2001년 6월16일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스위스신용금고 1층 객장. 40여명에 이르는 전 직원이 모인 신상품 토론회의에서는 이런 얘기들이 오갔다. 시종 듣고만 있던 김광진 회장은 새벽 1시쯤돼서야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지금의 업계 상황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은 이 상품뿐입니다. 내일부터 영업준비 하세요." 금융권 최초의 사채대환 신용대출상품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체인지론'은 이렇게 12시간에 가까운 마라톤회의 끝에 만들어졌다. 김 회장의 예상대로 체인지론은 출시하자마자 대성공을 거둬 당시 업계 10위권에 있던 현대스위스를 불과 1년만에 업계 4위로까지 끌어올리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회사의 당기순이익도 1백38억원(6월말 기준)을 기록,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체인지론이 돌풍을 일으키자 다른 저축은행들도 체인지론과 유사한 소액대출상품을 지난해 말부터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저축은행 업계는 올 상반기말 현재 1천6백70억원(1백16개 기준)의 순익을 기록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