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 개발계획을 갖고 있음을 시인했다고 한·미 양국이 동시에 발표했다.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외신들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 94년의 제네바 합의와 그에 이은 비핵선언(94년11월,북한 핵동결 선언)에 정면 배치되는 행위임은 물론이다. 한마디로 놀라운 일이며 지극히 우려스런 사태 전개다. 우리의 대북 화해정책에 대한 중대한 배신 행위라고 아니할 수 없다. 북한은 또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정부는 그동안 과연 어떤 정보판단에 기초해 대북 정책을 펴왔는지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아직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남북간,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중대한 위기를 조성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북한은 미국의 핵개발 의혹 제기에 대해 "근거없는 궤변"이라거나 "미국의 도발을 정당화하기 위한 허구요 날조"라는 공식 입장을 되풀이해왔던 터다. 그러나 이달초 제임스 켈리 특사와 협상하는 자리에서 결국 이를 시인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핵문제는 남북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제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국제적 긴장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지금으로서는 예측조차 쉽지않다. 한국 정부는 지난 8년여 동안 북한의 핵개발 포기 선언을 신뢰하는 바탕 위에서 경수로 건설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대북 지원 사업들을 펴왔다. 특히 김대중 정부 들어서는 햇볕 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본격적인 화해 협력 정책을 펴왔던 게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번 북한 핵 문제가 더욱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돌연 시인한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이 무조건 포기·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은 더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는 지상의 명제다. 북한 당국은 이번에야말로 분명하고도 믿을 만한 답변을 내놔야 한다. 핵 무기를 협상 도구화하는 것이 더이상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투명성이 보장되고서야 경제개혁과 개방도 가능하다는 점을 북한 당국은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다른 무엇보다 국민을 안심시킬 의무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한·미·일 3자의 확고한 공조를 통해 이번 만큼은 북핵 문제에 대한 확실한 매듭을 지어야 할 것이다. 바로 그것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길이다.